괴롭힘 상사에게 괴롭힘 예방교육 듣는 직장인

요즘은 하극상이 더 무섭다는 망언을 남겼다고 한다.

by 낮잠

직장인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아이러니.

나를 괴롭힌 회사 간부에게 직장인 괴롭힘 예방교육을 듣는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그는 내가 살던 시대보다 더 큰 부조리의 시대부터 일했던 사람이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 앞에서도 군소리 없이 명령에 복종하며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요즘 시대의 직원들에게도 그것을 기대하는 사람이다.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쓰고 방에 누워서 끙끙 앓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그에게 전화가 왔다.

약기운에 잠깐 잠이 들었다가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깬 상태였다. 나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내가 병가를 쓴 것에 화가 났던 것 같다. 하지만 대놓고 병가를 쓰지 말라고는 말할 수는 없으니 나에게 뜬금없이 기피 부서로의 이동을 제안했다. 나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저는 옮기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다른 부서가 있어서 발령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부서로는 이동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예정된 부서로 발령 나기 어려워서 말씀하시는 거라면, OO으로 갈 수 있을까요?"


문제는 제3의 부서인 OO을 언급한 것에서 시작됐다. 정확히 그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아마도 OO은 그의 발작 버튼이었던 모양이다. 다음날 출근한 나는 그에게 호출되어 불려 갔다. 예상했던 대로 소문대로 그는 가스라이팅의 귀재였다. 뜬금없이 나의 인격에 대해 비꼬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와 장시간 대화를 하면서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업무에 대한 지적이었다면 상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한 시간도 지켜본 적 없는 회사 간부로부터, 나의 인격이 이렇다 저렇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가 뱉은 나에 대한 비하 발언은 '그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 같았다.

그가 나에 대해 평가한 말은 사실 '그 자신을 묘사한 말'이었다.


'자기밖에 모르고, 융통성 없고, 이기적이다.'

그가 직원들에게 받고 있는 평가가 그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발령이 나기로 예정된 부서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어 잘 모르는 듯했다. 그는 나에게 "거기로 부서 이동 못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사악하게 웃었다. 인사이동과 관련된 문제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나에게 그것은 괴롭힘이었다.


그가 던진 돌멩이에 나는 맞아 죽은 개구리가 되었다. 눈물이 펑펑 나고 더 이상 이 회사를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어 나는 회사를 떠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회사를 관둘 것이라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관두자.


나는 그에게 장문의 카카오톡을 보냈다. 그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부분이 말도 안 되는 짓인지 하나하나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당신은 내가 앞으로 가면 앞으로 간다고 욕을 하고, 뒤로 가면 뒤로 간다고 욕을 하고 있다. 당신 뜻대로 가만히 여기서 계속 일을 하라는 뜻인 것 같은데 나는 이미 가기로 약속된 부서가 있다. 당신이 노엽다는 이유로 나에게 인신공격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왜 말을 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했는데 지금 당신이 면담에서 했던 행동을 생각해라. 직원들이 왜 당신이랑 말을 하기 싫어하는지 나는 알겠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직원들이 당신과 이야기를 하기 싫어하는 거예요.

인신공격으로 되갚아줬다. 그는 답장이 없었다. 그 이후로 그는 더 이상 나의 행보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그가 던진 돌에 맞아 죽을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던 당시에는 매우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간부의 말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혼자 심술을 부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를 제외한 모든 실무진과 부서 간부들이 내가 원하는 부서로 인사발령이 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결국 원하는 부서로 발령이 났다.


발령이 나기 전 그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하러 왔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시행하는 그의 사진을 찍은 뒤 교육 실적으로 보고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를 괴롭힌 상사로부터 괴롭힘 예방 교육을 듣다니.......'


말할 수 없는 직장인의 아이러니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요즘은 하극상이 더 무서운데 말이야.

교육이 무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전하다. 내가 들은 그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는, 겸직 관련 공문들을 일부러 결재를 안 하고 있어 오랜 시간 동안 공문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결재를 해주지 않고 버티는 것도 괴롭힘의 한 수법임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런 그에게서 드디어 벗어났다.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은 첫날 나는 부서를 돌며 인사를 드렸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쳐 주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 생경하고 부끄러웠다.


나에게는 그 박수가 마치 '괴롭힘을 당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위로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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