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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an 06. 2021

모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것의 슬픔

pd수첩 가짜 오디션 편을 보고

(막 써내려간 넋두리)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르고 다양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원하는 꿈을 가지고 줄을 세워 열정을 착취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


안정적인 삶이라는 답밖에 없다며

청춘과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되고


그냥 다양한 삶을 살아가면 되는데.

태어난 대로 살아가면 되는데.

다 똑같다 모두가 원하는 것이.


그래서 대부분이 아픈 실패자의 삶을 사는 것 같네.

승자의 삶은 극소수고 태어나는 순간 대부분 정해지니까

모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것의 고통은 평생을 따라다니게 된다.


나는 나만 원하는 무엇을 찾을 수 있는가.




2019년 10월 15일 방송된 pd수첩 <cj와 가짜 오디션>편을 뒤늦게 찾아보았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열렬한 시청자로서 어느 정도 데뷔 멤버를 정해 놓고 방송을 만들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래왔듯이, 스타성이 있는 인물을(혹은 기획사에서 청탁을 받은 인물을) 점찍어 놓고 방송 분량을 몰아서 주는 정도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많은 부분을 조작하고 기만했을 것이라곤 예감하지 못했다. 

아이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용당한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보고도 마음이 아팠다. 페인트 냄새가 나는 <아이돌학교> 프로그램 세트에서 충분히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촬영에 임한 연습생들의 이야기는 더 충격이었다. 내가 너무 세상과 현실을 모르는 건가 자문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회사 밖의 무한경쟁 사회는 정말 지옥인 것일까.


내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열망하는 어떤 일을 쫓으며 살았다면 나 역시 그렇게 극도의 치열한 경쟁을 감내하고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았을까? (원하는 일을 쫒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기에) 이러한 상상은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것의 슬픔'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 원하는 일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얻고자 한다. 그래서 반칙이 난무하고 반칙을 해서라도 경쟁의 승리자가 되려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르고 다양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소망도 가져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의 패배자로 살아가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그리며 살아간다면 참 좋겠다는 꿈같은 생각을 한다.


치열한 아이돌 데뷔가 아닌,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일의 경우는 어떤가. '모두가 원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자의 기쁨'  같은 건 나의 사례를 보면 '없다.' 보편적인 그 명제 속에 나의 구체적인 욕망이 녹아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턴 경쟁에서 승리해 정규직 합격 통보를 받은 그 날의 감정은 기쁨이 아닌 안도였다. 그리고 보편적인 사람들이 더 좋다고 말하는 또 다른 좋은 직장을 열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더 좋은 직장으로 점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울까? 모두가 원하는 그것을 다시 원함으로써 계속되는 힘겨운 싸움과 영혼 없는 직장 생활은 N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냥 나만 원하고 나만 얻을 수 있는 비밀스러운 그 무언가는 꿈속에나 존재하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연초다.


연초 직장인들의 소원 1위는, <이직>.

모두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에 실패하는 패배자가 되느니

나만 원하는 무엇을 찾는 것에서 승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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