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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절망편
그는 똥물이고 그의 상사는 똥이었다고 한다.
똥에게 아부하여 자리를 얻은 똥물이 있었다.
by
낮잠
Aug 12. 2024
라떼는 결재판 던지는 상사도 참고 살았다고 역장은 말했다.
차라리 결재판 한번 시원하게 던지고 끝내는 게 낫지않나? 나는 생각했다.
그는 옛날 시트콤인 하이킥 정보석 캐릭터처럼 찌질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스타일이었다. 자신이 똥이 아니라고 자랑스러워는 했지만, 똥물이었던 것이다. 물로 희석시켜도 결국 똥물엔 똥
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고인물.
퇴직을 몇년 앞둔 때부터인지, 평생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돈에 대한 탐욕으로 역무원 공백인 자리가 없나 하이에나처럼 탐색하고 다녔다.
역무원 공백이 있으면 역장이 그 자리에 앉아서 자리를 지키며 역장 단가로 초과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도박빚을 져서 혹시 생계가 어려운 게 아닐까 궁금해했다.
도박빚은 없는듯한데 다른 직원들에게 억장이라는 빚은 많이 지고 다녔을 것 같다. 항상 실실 웃음을 짓는 그의 보이지 않는 곳엔 이기심만이 숨어 있
는
듯 하다.
나는 퇴직전에 뽕을 뽑고 곧 나가야 할 사람이니 아랫 직원들이 뭐라든 어떻게 되든 사실 상관이 없다고, 자신은 매우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그가 부임하고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거의 다 떠났다.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가서 잘 지낼 수 있도록 한마디 도움의 말도 보태준 적이 없다. '나는 힘이 없어서 못 도와~'라고 그는 말했다.
돈
이 되는 일에는 힘을 과시하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늘 힘이 없었다.
(건강상의 문제를 윗선에 말해달라는 부탁도 들어주기로 해놓고 1년간 시간을 끌어왔던 그였다.)
떠나는 직원들을 보며 아쉬움의 인삿말을 카톡방에 올린 미혼인 여직원을 불러 말했다.
'나 그 카톡 서운했어. 내가 올린 공문에 답장을 달다니'
퇴직을 앞둔 그도 역시 싱글이다. 여자친구와 하는 사랑싸움을 미혼 여직원과도 해보고픈 모양이다.
다른 곳 가고 싶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카톡방에 공지해놓고, 막상 다른 곳 가고 싶다는 나의 말을 듣자 그는 말한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서 네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게 아니야'
나는 그가 학교라도 제대로 다녀보면 어떨까 권하고 싶은 충동을 참는다.
어찌됐든, 결재판 던지는 똥은 아니니까?
다른 직원이 말한다. 일도 모르고 무능력해도 사실 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이유가 있다고. 아부라도 엄청 열심히 해서 된 거라고. 아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아부로 층층이 윗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부하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너희도 이렇게 해서 올라오라고.
나의 비굴한 노력을 너희의 아부로 보상받겠다고.
자전거타다 넘어져서 많이 다쳤다고 한달 가까이 병가를 쓰며 쉬다 온 직원에게 역장은 하소연한다. 말년이 참 힘들다고.
병가를 쓰며 쉬다 왔는데 일도 배울 줄 모르는 직원은 역장에게 아부하는 재능만은 있었다. 그런 재능있는 그녀가 떠나자 역장은 다른 직원이 떠날때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을 느낀다.
'
나
를 대접하는 직원은 떠나고, 일만하고 건방진 직원들만 남아 있으니 힘들다.'
직무관련 경력을 포트폴리오로 제작해서 보낸 직원의 성의있는 지원서류는 이 조직에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어짜피 그 자리들은 다 내정이 되어 있
기
때문이다.
운좋게 그 자리에 간들, 어떻게 해서 올라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섞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는 또다른 지원서 작성을 관둔다.
그렇다고 똥물 밑에서 똥물 마시고 있을수도 없
는
노릇이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고, 윗 물이 똥물이면 나도 똥물밖에 될 게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래서 다른 물을 찾아 이사를 가기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준 그에게 감사할 날이 오기를 바라보며.......
아무리 사회생활에서 아부가 능력이라고는 하지만, 본인의 비굴한 아부능력에 대한 보상심리를 아랫사람에게다 풀지 않는 조직이 되길 바라며
그의 사례를 남겨본다.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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