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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Sep 07. 2024

예술병과 예술혼의 차이를 알려준 소설

서머싯 몸, <달과 6펜스>를 읽고

대문자 T답게 나는 인생의 몇몇 기로에서 현실을 선택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한다고 했던가. 현실주의자인 나는 역설적이게도 이런 말들을 하는 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에만 갇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가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하루의 대부분을 충만하게 채우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경의와 부러움을 표시했다.



"부럽습니다.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버시다니요."



이건 진심이다. 하지만 몇몇은 나의 기대를 배반했다. 나는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이라도 택했는데, 이상도 현실도 선택하지 못한 애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예술병'에 걸려있었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예술이 아닌 자기 자신이 비대한 사람. 자의식 과잉.



소설 <달과 6펜스>는 '진정한 예술가라고 칭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다. 세속의 평가에 취하지 않고, 예술하는 나에게 취하지 않고, 나를 안돈하게 해주는 것에 속박되지 않고........?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가? 그런 점에서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런 인간이 있다고?'라는 호기심에서 소설은 독자를 결말의 타히티 섬까지 데리고 간다. 예술혼은 타야 맛이지. 그의 불후의 명작은 뜨겁게 타올라 이 세속에서 사라진다.



나는 '사랑병'에 걸려있었다. <달과 6펜스>에서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들을 풍자한 부분이-성급한 일반화다 싶으면서도-찔리는 부분이었다. 나는 한때 '그런 여자'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과 대문자 T의 힘으로 말미암아 나는 '사랑병'을 치유하기로 한다. 혼을 다해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 감히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발언하지 말자. 그것은 혼을 다해 예술을 하지 않으면서도 세상 앞에 보여주기 위해 예술이 위대하다고 외치는, 예술병자와 다를 것이 없을지어다.



덕분에 나의 병이 치유되었다.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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