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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우 Apr 09. 2020

[영화] 싱 스트리트, 영국 문화 엿보기

존 카니 - Sing Street

Sing Street

원스, 비긴어게인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영화, 싱 스트리트. 이 영화는 당시의 음악사를 들춰보기 좋다. 잘 표현돼있다.



미국에서 마일드 데이비스를 시작으로 재즈의 붐이 일기 전, 세계 대중음악의 코어라 할 수 있었던 영국. 빌보드 차트보다 uk차트가 영향력 있던 시기.  이 영화는 모드족에서부터 펑크, 글램, 얼터너티브로 쭉 이어지는 브리티시 뮤직의 역사를 데이빗보위, 듀란듀란 등의 굵직한 월드비트를 녹이며 당시 음악사를 잘 표현했다.


화려한 장식의 베스파(스쿠터)로 대표되는 모드족


실제로 영국 록 문화를 이끈 듀란듀란, u2 같은 밴드들의 시작 역시 이 영화와 실제로 상당 부분 닮아있다. 동네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모여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만들어 간 실험음악. 당연히 프로페셔널한 보컬리스트도 아니었지만 영국이라는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의 대중음악을 이끈 시대의 뮤지션들은 바로 그런 젊은이들이었다.   

듀란듀란을 기점으로 mtv의 개국과 뮤직비디오의 탄생부터 영국의 하위문화가 만들어 낸 패션 키워드나, 음악 스타일 역시 자연스럽게 쭉 볼 수 있었다. 과도한 데이빗 보위의 메이크업, 아빠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한 엉성한 기성복, 파워숄더, 반짝이 의상 등등. 그리고 영화 초반부부터 언급되던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한 음악산업 측면의 상징성 또한 재미있다. 그들에게, 그러니까 아일랜드인들에게 런던은 단순히 큰 대도시 이상의 무언가를 상징했다. 가령 7-80년대 아시안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아메리카 정도.


시대 반항적인 유행의 상징, 모드족


거기에 아마추어적 연기력을 보이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던 매력까지. 영화 '원스'가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부분 또한 여기에 있었다. 그 후 키이라나이틀리와 애덤리바인의 거물급 주인공들에게서 조금의 이질감을 느꼈지만 싱 스트리트를 통해서 감독은 다시 대중들에게 환영받았다. 내겐 아주 좋은 영화였다. 원스나 비긴어게인에 비해 담고 있는 메시지의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았고, 음악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10대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이건 코너의 성장영화가 아니었다. 10대 20대를 모두 표방하는 성장이었다. 뮤즈가 좀 심각하게 예뻤다는 걸 제외하면.


Dalkey, Dublin, Ireland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더블린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라 중간중간 나오는 스트릿의 위치가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가령 다이시스가든이 있는 거리라던지, 달키같은 지역.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배를 타고 떠나는 부둣가. 볼록 솟은 굴뚝같은 건축물. 나는 달키에서 하루 종일 걷고, 대문을 두드려가면서 또 밤새 걸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서 있었고, 삼각대를 내리고 사진을 찍었던 곳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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