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 그는 오직 단 한 장의 앨범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의 역사가 된 사람이자, ‘한국식 발라드’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평해지는 천재 뮤지션이다.
그의 팬덤은 아주 두텁고 넓다. 이미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유재하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뮤지션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꿈의 등단길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의 뮤지션들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조규찬, 토이, 김연우, 정지찬, 루시드폴, 방시혁, 메이트, 노리플라이, 피터팬 컴플렉스, 재주소년, 스윗소로우, 오지은, 옥상달빛 등.
그들의 음악의 뿌리를 타고 타고 올라가면 유재하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1987년 11월 1일, 이십 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재하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후배 뮤지션들의 영원한 뮤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재하의 음악은 직설적이라기보다는 우회적이지만, 그 비유와 은유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진솔하다. 우리나라 음반 역사에서 작사, 작곡, 편곡을 혼자서 한 경우는 이 앨범이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여담이지만 그의 가사가 당시 실제 연인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도 이미 유명하고.
유재하는 김현식을 존경했다. 그 당시 오버에는 조용필, 언더에는 김현식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김현식의 마니아층 인지도는 상당했었다. 그런 김현식에게 유재하는 존경의 의미로 그가 쓴 곡 전부를 주겠다 했으나, 김현식은 자신의 음악 색깔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가리워진 길' 한 곡만을 받았다. 그렇게 역사적인 김현식의 3집 앨범 <비처럼 음악처럼>에는 ‘가리워진 길’이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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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란 곡을 추천한다.
유재하의 1집은 뭐 하나 뺄 것 없는 명반이지만 그중에서 이 노래를 꼽은 건 시간이 지나면서 들을 때마다 자꾸만 감상이 바뀌는 이유에서다. 나는 유재하를 어릴 적 아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사람이다. 그와 나는 동시대를 살았던 적이 단 한순간도 없고, 유년기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곡을 쓴 가수라는 것만 알았었다. 그러다 인디 음악에 빠지게 된 후 내 감성과 맞는 뮤지션들의 연결고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니, 그 정점에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있었다. 그게 진짜 유재하를 접하게 된 첫 시작이었다.
그렇게 20대에 접어들어 그의 음악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분위기와 수채화 같은 가사가 마냥 좋았다. 그런데 전역을 하고 나이를 먹으며, 나름대로 맺었던 몇 차례의 인간관계라던지 연애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 곡은 매년 다른 감상으로 다가왔다. 그게 아직도 이 곡이 내 플레이리스트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웹 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유재하의 영상자료가 운이 좋게도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다. 만약 유재하가 당시 이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유재하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한 채 음원으로만 접해야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