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쉘 공드리 - Mood Indigo
영화 <무드 인디고>는,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쉘공드리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단연 공드리 특유의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그 표현방식일 것이다. 그치만 그보다 나는 여기서, 사건 전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르트르에 초점을 둬보려 한다.
무드 인디고는 쭉 '장 솔 파르트르(장 폴 사르트르)'라는 인물을 빌려 전개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말했던 사르트르를 영화에 등장시킨 이유에는 실존주의의 한계점을 짚어내면서 클로에와 콜랭의 사랑을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리즈는 "선택은 자유에요."라고 말했던 사르트르를 "내 선택도 자유에요."라고 말하며 죽인다. 본질보다 앞선 실존으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실존주의의 부정과 비극적인 주인공들의 사랑을 대비시키며 영화는 amour,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다.
영화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더 치열하게 사랑하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신없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펼쳐지고 너무 많은 상징과 빠른 전개 때문인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 썩 깔끔하지만은 않다. 영화에 대한 평이라기보다는, 내 취향과의 매칭에서 굳이 따질 때 ‘호’는 아니었던 것 같다.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 또 감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일단은 그렇다.
물론 나는 감독이 의도했던 의미를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한 수많은 영화애호가들이 이 영화를 최애로 꼽기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평을 좀 찾아봤었다. 그러던 중 내게 와 닿았던 감상평 한 문장이 있어 아래에 인용한다. (다시 찾으려니 출처를 찾을 수가 없다)
"엄청 멋진 사람과 소개팅을 했는데 대화가 잘 통하지는 않았어. 근데 너무 멋진 사람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은 해야겠어."
p.s. 이 영화에 대한 다른 감상을 갖고 계신 분들도 댓글로 알려주시면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