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to be Blue , Chet Baker
루이암스트롱-찰리파커-마일스데이비스로 이어지는 굵직한 미국 재즈의 역사 속에서 쳇 베이커라는 인물을 영화의 주제로 잡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재즈라는 음악에 있어서 미친 음악적 영향력이 아닌 ‘가장 재지한 삶을 산 뮤지션'이 아마 쳇 베이커가 아닐까.
영화에는 바다가 있고 트럼펫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리고, 슬픔이 있다. 어차피 그의 다사다난했던 전기를 모조리 다 풀어낼 수 없는 러닝타임이라면, 쳇베이커라는 인물을 압축적으로 녹여내기에는 이 네가지 키워드면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펫의 사운드보다는 색소폰, 특히 테너 색소폰의 사운드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분명히 재즈가 아닌 한 인물이었다. 거기에 에단호크라는 캐스팅은 더할 나위 없는 안성맞춤이었고.
흑인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당시 재즈라는 음악에서, 젊은 백인 뮤지션이 그렇게나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출중한 외모도 한 몫 했겠지만 태생적으로 갖고 있던 blue한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황폐했던 그의 삶 속에서 사랑도, 인기도, 자신 마저도 버릴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목적. 쳇에게 있어서 그건 음악이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쳇의 삶을 많이 은유화, 미화시켜 표현하긴 했지만, 인트로가 말하고 있었다. 독거미가 기어나오는데도 트럼펫을 향해 손을 뻗는 쳇베이커. 그게 곧 쳇의 삶이었다.
이 영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인트로가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