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이마트 고맙다/코로나19속에서
대구시민 일기
어제 기사를 보고 이마트에서 마스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부터 대구 내 이마트에서 마스크 판매가 된다고! 이마트와 트레이더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스크 제조업체 '필트'와 협력하여 대구 경북지역에 221만 장의 마스크를 긴급 판매하기로 했다.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아빠가 쓸 마스크는 다 떨어져 가고 온라인으로 구매한 일회용 마스크는 5일째 오지 않고 있었다. 면 마스크가 먼저 배송이 와 그것을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게 했지만 일회용 마스크가 더 효과가 좋다고 하니.. 일회용 마스크 두세 장을 남겨두고 쓰고 있는 아빠가 영 불안했다.
한 달 반 전 즈음 독립한 주택 집에서 학습모임을 운영하는 일을 하던 나는 모임 시작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모두 중단을 시키고 부모님 댁으로 들어와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독립한 주택에서 지내다가 아빠만 있는 집이 걱정되기도 하고 내가 혼자 있는 게 불안하기도 해서. 지금이 삼일째인가.
오늘 오후에 기사를 보니 이마트에 마스크를 사러 사람들이 대거 모였더라. 아차. 아빠 마스크 떨어졌는데ㅜ 내가 밖에 안 나간다고 아무 생각도 없이 하루를 보낸 것이다. 기사를 보니 오전에 이미 당일 판매 수량이 다 팔려 돌아간 사람들이 많고, 오전 8시부터 기다린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이미 늦었구먼..
아빠가 일하는 곳 근처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는데 거기에도 있으려나? 기사를 보니 거기에도 공급이 된다고 한다. 음... 저번 주에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 일시 폐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빠에게 당분간 근처에 가지 말라 했는데 며칠 안 지나 바로 오픈이 되었다며 소독을 그새 다했나 보다 했다.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그렇고..
퇴근할 때 잠깐 들어가 보고 혹시나 재고가 남아 있음 마스크를 사 오라고 아빠에게 톡을 보냈다. 한 시간 즈음 지났나? 괜히 아빠가 마스크 사러 갔다가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있는 게 영 찝찝했다. 그래. 그냥 내가 다른 데를 가자.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다 팔렸을 거니까 괜히 들어가지 말고 그냥 오라 했다. 아빠는 알겠다며 일이 바쁜지 빨리 전화를 끊었다.
저녁시간이 다되어 갈 때 즈음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먼저 밥 먹으라고. 무슨 일인가 의아했다. 약속도 다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트레이더스에 마스크를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아빠도 사서 가겠단다. 주차된 차를 빼는데도 한참 걸릴 테니 밥을 먼저 먹으라고. 나는 전화를 끊고 책을 더 보았다. 그리고 요리를 시작했다. 오뎅이 남아있네? 그래 추어탕 연달아 먹는 것보다는 오뎅국이 나을 듯. 감자.. 양파.. 감자볶음을 하자. 양배추.. 양배추 무침을 하자. 그렇게 하나하나 요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8시가 되었다. 더 늦나 보다. 이제 그만 요리하자. 음식도 아껴먹어야지.
불을 모두 끄고 방에 들어가 앉으니 집 문이 열린다. 아빠다.
아빠 손에는 요플레 묶음과 마스크 묶음이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난리다 난리. 전쟁 나면 다들 우째살라고 그러는지 차도 하루 종일 빼곡, 마스크 사겠다고 사람들 몇 백 명이 줄을 빼곡.."
안심이 되었다. 그 와중에 요플레도 사온 아빠가 우스웠다.
포장된 마스크를 뜯는 데 사용할 마스크가 있다는 것에 그렇게 큰 안도감을 느낄 줄이야. 몸에 뭉쳐 있던 긴장감 한줄기가 풀려 몸이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아빠를 시켜 아빠 건강을 챙기게 하고 나는 방콕이로구나. 찔리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다 같이 건강했으면 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은 꼭 안전했으면 좋겠고, 그 마음으로 다들 줄을 서서 불안한 와중에도 마스크를 사서들 갔겠지. 온라인 배달은 오지 않고 마스크가 저렴한 가격에 풀리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렸다는 소식을 늦게 접해 아쉬워했었다. 한 개당 3천 원이 넘는 마스크 묶음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정해진 수만큼 판매를 하며 가격 상한을 제한해주는 일이 없었다면 정말 더 큰일이었겠다 싶다.
참 새롭다 매일이.
내 생에 마스크 보급을 이렇게 기다릴 줄이야.
한주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 올 줄
우리는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