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 청소는 연기되고/코로나 19 속에서

대구시민일기

by 최미나

잠이 깰락 말락

평소보다 일찍 깨서 고민을 했다.

더 잘까 말까.

노래를 들을까.

심신의 안정을 위해 잔나비 노래를 틀어 놓고는 이불속에서 좌우로 뒹굴거리기를 반복.

그러다 아파트 안내방송이 들리는데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들어봐야지 요즘은..

노래를 끄고 안내방송을 듣는다.

"요즘 코로나로 인하여 ~~~ 오늘 물탱크 청소는 연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주민분들의 위생관리를 위하여 ~~ 연기된 날짜는 엘리베이터 안내지에 다시 부착, 안내하겠습니다"

아..


오늘은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아파트 물탱크 청소 날이었고, 아침부터 저녁 5시까지는 단수가 될 예정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공지를 읽은 듯했지만 날짜는 머리에 기록되지 않았었고, 오늘임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취소되었음을 또 오늘 알았다. 오늘 한 달 전 즈음 주문했던 티비가 배송 오기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오후까지 물이 안 나오면 미리 물을 받아뒀어야 했다. 그러나 벌써 9시는 넘었고. 난 뒹굴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음.. 위생관리를 위해 물탱크 청소를 미룬다는 건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이구나.

코로나는 물이 끊기는 것조차 막았다.

덕분에 방도 다 닦고 티비 설치하고 거실도 다 닦고 샤워도 하고..


비가 온다.

습한 날에는 창을 잘 안 열어야 하지만 방안에만 있는 게 답답해 열어뒀다.

시원하다.

날은 따뜻해지는 것 같은데,

며칠 전부터 공기가 맑은 것 같은데,

비가 와서 남은 먼지마저 쓸어가는데,

코로나가 비에 씻겨 가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던데,

나에게 비는 항상 '씻겨 내려감'의 이미지가 크다.

대구에 있는 코로나 모두 다 씻겨나가라.


아, 새삼 비 맞고 돌아다니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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