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일기
요즈음 나의 유일한 대화 상대는 아빠다. 어제도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촌언니가 일하는 곳에 신천지 교인이 있어 전체 직원들이 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들었다. 언니는 공무원이고 셋째 큰엄마는 자기 딸이 검진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증상도 걱정이 되어 검진을 받아야겠다 싶었단다. 사촌언니와 같이 주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접촉한 적이 있어왔고, 감기 증상도 있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큰엄마도 전화를 걸어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검진 자체가 거부되어 돌아왔다고 한다. 신천지 교인과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고, 딸이 확진자로 판명된 것도 아니며, 같이 주거하고 있지도 않으니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사는지 공유하며 살아온 것도 아닌데 자신이 아는 정보에 한해서 확진자 직장동료, 확진자와 같이 사는 가족이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만큼 대구에서는 검진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겠다.
설 전 즈음 대구를 다녀간 전라도 친구가 연락이 왔다. 대구 다녀온 사람들 신고하라 해서 신고했더니 보건소에서 체온계를 주고 매일 전화가 와서 괜찮은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관리하고 검진해볼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이겠다.
대구에 사는 나와 지인들의 주된 걱정은 이렇다. 내가 확진자와 접촉했으면 어떻게 하나? 내가 목이 좀 따가운데 코로나이면 어떻게 하나? 검진을 받아봐야 하나? 콧물이 나는데 보통 감기 증상이긴 하지만 검진을 받아봐야 하나? 내가 확진 자일 수도 있으니 집에서 마스크를 껴야 하나? 등등.
나 또한 재채기가 가끔 나는 게 알레르기 비염 증상인지 코로나인지 걱정되고 감기 증상 비슷한 것이라도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하는 요즈음이다. 그런데 검진 비용이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전염병 검진에 검진비용이라니... 새삼 경악했다.
전염병은 초기에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게 우선이었고, 발생했다면 확대되지 않게 최선으로 막는 게 우선일 것이다. 확대되지 않으려고 지금 현재 대구 사람들 중 확진자를 찾고 있는데 신천지 교인이 아닌 240만 명 중 감기 증상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이며 이 중 코로나 확진자는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접촉 정도와 증상 정도에 따라 순위는 밀리거나 당겨질지언정 검사를 받으러 가는데 다른 제약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예산이 많이 들고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로서니 치료비용이 아닌 검진비용부터 받아 버리면 약간의 경미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 부담에서 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겠다. 기사를 찾아보니 중국에 다녀온 적이 있거나 확진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거나 의사 소견이 있는 경우는 무료 검진이고 그 외에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최소 16만원. 검진 정도에 따라 최대 25만원까지 든다고 하니.
그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검진을 받을 사람은 증상이 어느 정도 심각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에 내가 혹은 내 주변 사람이 확진자인데 스스로도 모르고 있고 의심만 하고 있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스스로 격리를 할 수 있을까.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언제까지 기다리고 어디까지 자가판단이 가능할까. 답답한 마음이다.
원망스러운 마음이 크다. 중국인뿐 아니라 중국에 거주하거나 여행을 가있던 내국민까지 입국을 금지하고 철저히 조사한 후 들여보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공포에 떨고, 예산과 인력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지역도 그렇겠지만 대구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어마무시할 것이다. 일을 중단하고 있어서 오는 경제적 피해, 일은 중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해야 하는 월세 등의 경제적 피해, 마스크 등을 비싼 줄 알면서도 구매해야만 하는 경제적 피해, 일을 하고 있는데 수익이 나지 않는 경제적 피해, 언제 증상이 옮겨질지 모른다는 공포, 검진을 받는 비용까지.. 앞으로 어떤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더 들지 모를 일인데 우리는 검진을 받는 것조차 통제되고 돈으로 움츠러들어야 한다.
검진 속도가 해외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는 기사를 봤지만 그럼에도 시민들이 검진받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는 상황이 원망스럽고 우리들의 시민성을 신뢰받지 못하는 느낌이라 수치스럽고 함께 살고 있는 시민들이 안쓰럽다.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우선 통제하고 무엇을 우선 규제해야 할지 무엇에 우선 예산을 제공하고 무엇에 우선 지원해야 할지를 매 순간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