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다 키워보네

코로나가 바꾼 관심사

by 최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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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확진자가 생겼을 때부터 막연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대구에 확진자가 없었고, 서울에서 전파된다면 동대구역이나 터미널처럼 타지에서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을 조심해야겠다 생각했었다. 조심성 오바 유전자를 타고난 나는 면마스크지만 외출 때마다 계속 쓰고 다녔다.


그러다 대구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났고, 2주 간 부모님 집에 들어와 살았다. 그 뒤 2주는 독립한 집으로 돌아와 주에 한번 정도만 밖을 나갔다. 꼭 사야할 식재료를 사거나, 부모님 집에 음식을 해서 주거나,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처리 등을 했다. 버스나 지하철은 타지 않았고, 아빠 차를 타고 독립한 집으로 오거나 걸어 다녔다. 그리고 요즈음은 한주에 세네번 집 근처 유원지로 산책을 나간다. 강이나 바다가 있는 곳에 살고 싶은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월세라도 사무실 겸 집을 골라 5개월여만에 집을 구했었다. 사무실 겸 집에서 하던 헌법읽는모임(나의 일이다)은 화상채팅으로 진행되고 있다. 넓은 집에 나 혼자서.


그러다 보니 내가 보는 건 이렇게 바뀌었다.

대구 확진자 발생 후 처음 2주 - 아버지, 컴퓨터, 종이글, 휴대폰 속 사람들, 컴퓨터 속 드라마, 컴퓨터 속 글

뒤의 2주 - 아버지, 컴퓨터, 종이글, 휴대폰 속 사람들, 컴퓨터 속 드라마, 컴퓨터 속 글, 슈퍼 풍경

요즈음 - 아버지, 컴퓨터, 종이글, 휴대폰 속 사람들, 컴퓨터 속 드라마, 컴퓨터 속 글, 슈퍼 풍경, 유원지, 강, 산책하는 사람들, 봄이라 피는 꽃, 푸르러 지는 나무, 하늘


내가 직접 보는 사람은 아빠와 산책하는 친구와 슈퍼 직원분과 산책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내가 직접 보는 사람 아닌 생명체는 나무, 꽃, 강아지, 고양이.


올 초에 이사오면서 산책을 자주 다니려 했지만 코로나19가 오고나서는 산책말고는 할 수 있는 야외활동이 없어 엉겹결에 정말 꾸준히 산책 중이다. 평소라면 하늘만 봤을 내가 나무의 색이 바뀌는 과정을 보고, 꽃의 색이 어떻게 다른지 보게 된다.


오늘은 부모님댁에서 하루 자고 다시 독립한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었다. 매번 지나가며 계속 눈길을 끌던 꽃집을 지나가다가 오늘은 결국 발걸음을 멈추고 섰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제대로 정성들여 키우지 못하는 나를 잘 알기에 멈칫했다. 아니야, 이럴 순 없어! 지난주처럼 맘을 잡고 지나가려는데 밖에 나와 햇빛을 받고 있는 꽃들이 너무 너무 눈부셨다. 노란샌 꽃(이름을 들었는데 기억을 안했다;)을 골라 유원지의 벚꽃길을 걸어왔다. 눈 앞이 온통 눈부셨다. 마음이 콧노래를 불렀다. 아 화사해라. 꽃을 보며 꽃길을 걷는 나의 눈동자가 확대되는 걸 느낀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집 거실, 책 상 위에 꽃을 두니 꼭 밤에 달이 떠 있는 듯, 아기자기한 조명이 켜진 듯 했다.


꽃을 다 키워보네 내가.

꽃아 내가..음... 잘 해볼게~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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