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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름다운 야수의 신을 보아라,

이것이 임윤찬의 도정 중 일부이리라

by 돌연해

2022년 6월 18일,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계에 초신성 폭발이 일어났다. 그때부터 현재까지의 긴 도정을 관찰할 수 있다면 영광이랴.




때는 2021년 언제, 그를 내가 완전히 처음 봤을 때이다. 그때 내가 하던 곡의 연주를 선생님께서 그의 연주로 추천을 해주셨으니, 대체 선생님께선 어떠한 안목을 가지고 계신 건지 참으로 경의를 표한다.




때는 2022년 6월 18일이 지나고 며칠 뒤, 학교 수업 시간에 비상하는 운석에 대해 선생님이 말을 꺼내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내 뇌 속에 있는 모든 것이 엉킬지어다.


선생님이 화두를 던지자, 우리 쪽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이 "임윤찬 잘생겼어"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지금 이 학교에 와서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톡톡히 발생하였다. 그가 잘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인절미 같은 와꾸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예술, 그중 음악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음악가를 보고선 겨우 그따위의 추악한 문장을 내뱉다니, 당신이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가?




때는 2022년, 그때면 난 한창 조성진의 연주를 많이 들었을 때이다. 그런데 조성진과 임윤찬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조성진은 한 마리의 여우 같고, 임윤찬은 한 마리의 수사자 같다. 내가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땐 번개의 연속으로, 내 머리를 마구잡이로 흔들거리기 시작했으랴.




때는 2023년, 내 사상엔 이제 그 밖에 없다. 모든 것의 기준이 임윤찬이고, 흉내 내며, 내적 지향성을 드러낸다. 확실히 외계인을 영접하다 보니 무어가 생기는 것이 틀림없으랴, 난 경외감에 잠식되었도다!




때는 2024년 삼분기 즈음, 나는 그의 영향을 받아 엄청난 거장들을 발견하였다.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연주, 이그나츠 프리드만, 알프레드 코르토, 러셀 셔먼, 유리 에고로프, 디누 리파티 등... 덕분에 나의 시각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음악을 하면서 정말 좋지 않은 것이 한 가지의 음악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것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는지?




당신은 어떠한 영광을 느낄 수 있는가? 나에게 한 가지의 영광이 더 있다면, 그것은 이 아래에 그에 대한 고운 강물들을 문장처럼 토해내는 것이랴.






임윤찬, 2022년 6월 18일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거물이다. 아!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하나를 짚고 넘어가리라, 당신이 생각하는 빼어난 거장이 누구든, 그 사람을 소개할 때 어떤 콩쿠르에서 우승한 아무개라고 하지 말라. 그러니까 이 문장은 지옥의 구렁에 떨어질 문장이니, 내 다시 소개하도록 하리라.




음악가 임윤찬, 자신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로 하여금 과거의 길들을 발견하고, 빅뱅의 의지가 굳건한 빛이 말끔하게 묻어있는 포도주이리라, 그를 보다 보면 인간의 속세를 초월한 듯 공기의 진동을 마구잡이로, 그러나 누구보다도 명백하게 바꿔놓는다.


마구잡이지만 명백한, 이 역설적인 문장을 되짚어 보아라, 정확히 말하자면 기틀은 명백이라는 것이며, 종종 침투해 오는 마구잡이의 신이 우리를 무자비하게 뒤틀어 놓는다. 그러나 우리는 뒤틀릴수록 새로운 세계를 관찰할 수 있으니, 그런 속세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공허를 맛볼 수 있으리라.


속세, 한 번 벗어나 보아라. 당신은 그의 음악을 듣고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가, 만약 그곳이 참으로 이상적인 세계라면, 굳이 애써 돌아올 필요 없을 것이랴.


Yunchan Lim




한 마리의 야수이랴! 아! 저 매서운 야수를 보아라, 얼마나 자고로 아름다운가?


매서운 야수가 아름답다니, 이게 어떤 의미인가? 한 척의 배를 둘러싼 세이렌들을 떠올려 보아라, 그리고 돛대에 묶여있는 오디세우스를 지각하니, 아름다운 야수 ―험악한 야수― 를 공연公然히 지켜보는 장면이 머무르지 않는가! 오디세우스 뛰어난 계획 덕에 결국 세이렌들은 죽어버리고 배는 침몰되었다, 바다가 아닌 흡족함에 말이다.


이 신화를 다른 시각으로 뇌리에 투영한다면, 그의 음악을 당신은 뇌에 깊은 주름을 새길 수 있을 것이랴, 그는 예술과 끝없는 논의를 벌이고 있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의 투쟁처럼 음악과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며, 전승은 아니더라도 많은 판을 이겼을 것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그가 어떻게 음악을 쟁취하고 자신에게 투영해 우리에게 놀라운 소리를 전달해 줄 수 있겠는가!


이 역설적인 문장을 보아라! 그는 매우 다정하고 지혜로운 분이지만 서서히 따끔하게 설득시키는 힘을 기둥으로 삼아 자신의 야수스러운 스타일로 흡수시켰다. 그런데 그 야수의 외적인 성질에서도 그런 기조가 강렬한 펀치로 우리의 뇌리를 박차고 들어오니, 어찌 우리 눈을 반투명함이 가리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John Waterhouse, <Ulysses and the Sirens>




저기 용암을 보아라, 아! 불이 났도다! 모두 대피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저어기 용암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내 앞에 불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큰 소리로 "불이야!"를 외치며 대피할 수도 있고, 당황해 아무것도 못하며 어버버 할 수도 있다.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인간에게 뜨거운 불을 가져온 용감한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려 보아라, 그리고 그의 숭고하고 진실된 마음을 느껴 보아라


그는 위 두 행동 모두하지 않을 것이랴, 그는 불을 자세히 관찰한다. 활활 솟아오르는 강렬한 불빛, 그것을 직면하고 버틸 것이다. 그는 충분한 갑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일곱 겹, 또는 열네 겹의 갑옷. 뜨거운 용암, 또는 불. 불에 대한 관찰, 또는 내면의 튼튼함. 뜨거운 불도 버틸 내면의 튼튼함이 못 버티는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는 불을 관찰하고 직면한다, 그리고 대화한다.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준 영예를 보며 겸손히 질문을 한다, 압도되는 거대한 것을 보며 한 치의 거짓말도 없이 자신의 진실을 우려내며 말이다! 이것은 아무리 뜨겁고 사나운 불일지라도, 그의 내면세계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 그의 독창적인 소재로 이루어진 갑옷을 뚫지 못할 것이랴!


Jan Cossiers, <Prometheus Carrying Fire>




술을 들이켜고, 잔을 내리리라!


"아! 드디어 그가 오는군. 모두들 기립하고, 술잔을 잡아라! 헤라의 계략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왔도다! 그가 곧 명계로 내려가 안타까운 일을 당한 세멜레를 데려와 모든 것을 깨부술지니!"


헤라의 계락으로 자신을 죽게 한 세멜레를 떠올려 보아라, 그리고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에게서 태어나는 것을 떠올려 보아라! 광기의 신, 그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는 음악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으며, 오로지 음악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낸다.


그런데도 그는 절대 자신의 이러한 점을 높이지 않는다, 자신은 오로지 오롯한 음악을 위하여 자신의 디오니소스를 일깨우고 음악에 전념한다. 그러한 그의 주조主潮를 보아하니 그는 절대로 거룩한 음악 앞에서 이 성품을 드러내지 아니할 것이리라, 광기를 비롯하여 겸손이라는 어쩌면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길을 그가 걷고 있도다!


그는 자신을 불태우는 음악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고, 자신을 품어준 의로운 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품는다. 그는 광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며, 그와 관련된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하며, 그럼에도 자신만큼은 거룩한 음악 앞에서 절대적으로 압도된다고 말한다.


"뭣하러 잔을 올리려 하나, 음악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고 덧없도다. 그러니 얼른 잔을 내리고, 자리에 앉아 하던 것을 하길 바란다."


Caravaggio, <Bacchus>






아! 위대한 신화의 세 이야기를 보아라, 그 얼마나 반짝거리는가! 가지의, 그리고 그 이상의 신화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성품을 겸비한 그를 보아라! 만물을 다스리는 그 성품들이 그의 연주를 과연 어떻게 만들었겠는가? 이것은 그의 영혼의 연주와 직결되어 있으랴, 그것들을 이 아래 서술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행복하도다!




그의 연주는 진보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참으로 보수적이니, 우리는 칡과 등나무가 얽힌 것으로 머리를 강렬하게 타격당한다. 이것을 광야처럼 펼쳐 본다면,


"가냘픈 모습으로 웃지 않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소년 임 씨는 단순히 피아노와 한 몸이 되는 걸 넘어서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임윤찬이 위그모어홀에 올라가 연주에 대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제시카 듀첸의 문장이다,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참으로 마치 내 혼이 비상하여 그 유리 조각들이 널리 퍼지는 기분이었으니, 그의 모든 예술적 혼이 하나의 초점으로 응집된 듯한 많은 깃으로 쓰다듬은 문장으로 우리의 무의식에게 그의 아름다운 연주 장면을 떠올리게 해 주리라.


이 문장은 그가 얼마나 음악에 진심인지, 또한 자신보다도 음악을 더 소중히 여겨 그에 자신을 바치는 진정한 악성樂聖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방증을 던져주니,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육신과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그의 음악에 대한 사유와 고민, 그리고 무어와의 논의의 긴 길이라는 그의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며, 그것에서 그가 얼마나 진심에서 비롯한 진취적인 방식으로 신을 깨부수었는지 전신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리라.




그의 음악엔 매서운 야수가 깃들어 있다, 그것을 상상하면 곧 내 몸이 와르르 무너질 것이랴.


그의 연주 스타일은 참으로 휘몰아친다. 곧 있으면 관객 중 그 강렬한 바람에 심장을 파 먹혀 사상자가 발생하여도 이상하지 않으리 만큼 휘몰아치는 연주를 선사해 우리에게 감탄을 포근히 안겨준다.


저기 거대한 야수를 보아라, 그 얼마나 두려운가.


그 휘몰아치는 무어를 계속 마음속에 보관하다 보면 우리는 점점 기관을 파 먹히는 느낌을 겪으며 그의 연주에 끊임없이 압도될 수 있으랴.


참으로 두려우리라.


그의 공간에 포함되어 있다면, 당신은 아케론 강에 빠진 그를 볼 수 있으리라.


아― 검은 강에 빠진 그의 음악을 들어라.


당신은 그 광기 속에서 생명을 파 느낄 수 있다.

당신은 그 광기 통로에서 흠뻑 적신 그 방향을 알 수 있다.

당신은 그 광기 위에서 음악의 야생미를 느낄 수 있다.

당신은 그 광기 아래에서 아폴론을 멀리하는 인간의 의지를 들으리라.






예전에 나의 선생님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를 신격화한다고 말해주신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말했듯이 한 음악가만을 바라보며 한 음악만을 고집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아! 저기 저 신성을 보아라! 그 얼마나 강렬한가!




임윤찬, 그는 우리의 여러 내면의 성질들을 일깨울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리라.


그가 다닌, 그리고 다닐 길을 관찰하다 보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진짜 많다. 심지어 그걸 보는 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경이로운 것이 너무나도 차고 넘친다. 나는 그것에 참으로 감사하며, 과거와 미래에 그를 볼 수 있다는 점에 감격을 표하지 아니할 수 없으리라,


독자여! 당신도 한 번 빠져 보아라, 진정으로 하늘과 같이 거대한 음악과 예술의 세상에 말이다! 그 이데아를 보고도 거대한 감탄을 뿜어내지 않은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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