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지 마

수필 - 저작권 / 인공지능시대 / 창의력

by 김숙진


"원장님. 학교에서 다음 주에 미래 과학 글짓기 대회 한데요…. 혹시 화성에 관한 책 있어요?"

"애들이 몇 권 빌려 가긴 했는데, 화성만 정리된 책이 있겠어? 책방 가서 다 뒤져봐. 자료 될 만한 거 있나”

학생들이 미래 화성에서 살아가기 주제로 '50년 후 미래 사회에 대한 공상과학 소설 쓰기' 교내대회가 있다며 학원 온 김에 자료준비를 하고 싶어 했다. 아마 자료는 준비할 수는 있으나 보고 쓸 수는 없다는 부첨 때문이지 싶었다. 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좋은 기회다 싶어 책도 빌려주고, 과학 학습용 사이트도 알려주며 독려했다.


며칠 후, 그 학생과 마주쳤다.

"아 참, 과학대회 준비 다 끝났어? 얼마 안 남았잖아?"

"아, 그거…. 챗GPT에 부탁해서 다 썼어요. 외우기만 함 돼요."

"뭐 챗GPT? 인공지능이 글짓기도 해? 막 다 써줘? 글짓기는 네가 해야 하는 거 아냐?"

"생각이 안 나요. 책도 읽고, 검색도 했는데 상상이 안 돼요."

"그럼 뭐 챗GPT는 상상 잘해?"

"잘해요. 요구하는 대로 다 써줘요. ”

"컴퓨터는 원래 깡통인데 그거 저작권에 안 걸려?”

“저작권요?”


챗GPT가 사람이 요구하는 조건 맞게 글짓기를 해준다고 하니 기가 막히고 당황스럽기 그지없어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숨을 고른 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까닭은 창의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우리가 해야 할 창작을 AI에 맡겨서 인간의 고유영역까지 다 내주지 못해 안달이냐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듣긴 들었는지 핸드폰 창 위에서‘현란한 손가락 운동’을 하던 아이는 威風堂堂(위풍당당)하게 말했다. 내용인즉슨 현재는 저작권을 인간 창작자에게만 인정하고 있으므로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콘텐츠는 저작권과 상관없으니 아무 문제없다. 그리고 AI 글짓기와 저작권 문제는 아직 명확한 법적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자신은 외워서 쓸 거니까 챗GPT가 쓴 글짓기는 자신이 찾은 자료 중의 하나일 뿐, 아무 문제없다는 이야기였다.


걸어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해져 멍하니 서 있자니 교실 문 쪽 벽에 걸린 보름달이 달려오더니 ‘정호승’ 시인의 『반달』이 뒤따라 뛰어왔다.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난 순간, 챗GPT에게 “1연 4행으로 ‘반달’에 관한 시를 써줘”라고 말했다. 그러자 컴퓨터 창에‘반달이 떴다.

밤하늘 저 너머에 반달이 떠 있네/은은한 빛 머금고 속삭이는 바람결 /고요한 밤사이로 너울지는 그림자/조용히 꿈을 꾸는 달빛의 노래

이어 ‘다른 주제의 시도 써줄 수 있어?’, ‘이 시에서 어떤 기법을 사용했어?’, ‘이 시의 주제와 감정은 무엇이야?’ 등 내가 요구할 법한 생각조차 미리 짚어내며 내 앞에 내놓았다. 순간 뭔가 들킨 듯한 기분이었다.


고교 시절 금주.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선생님께 인류 건강의 악인 술과 담배는 왜 만들었냐며, 지금이라도 술과 담배를 안 만들면 되지 않는가?' 하고 여쭤보았다. 그러자 선생님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세월의 병이고 약이라서 어쩔 수 없으며 인간은 판단과 선택의 지능을 가졌으니 매 순간 너 자신을 사랑하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현재, 많은 국가가 창작자 보호와 기술 혁신의 균형 찾기가 핵심 과제라 정하고 AI와 저작권 관련 법적 기준을 정비 중이며 ‘AI 창작물에 제한적 저작권을 부여할지 여부’도 논의 중이라 한다. 4차 혁명 시대의 저작권, 너마저 아픈 사랑이다.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있다. 인간 고유의 미묘한 감각과 센스 있는 표현, 따뜻한 감정과 울림은 오직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자 우리만의 영역이니 AI와 함께 걷는 시대라 해도 우리의 인간다움은 언제나 그 중심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 그랬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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