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발걸음

수필-오스트리아/성마르티노 성당/ 종교는 하나다/로라우/하이든고향

by 김숙진

성 마르티노 성당/도너스키르헨/로라우/아이젠슈타트/부르겐란트/ 오스트리아

Kreuzweg Zur Bergkirche ->Kreuzweg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오르는 길을 상징하는 '십자가의 길'을 말하며 Bergkirche는 '산 위의 교회'라는 뜻이다


저녁이 깊어질 무렵에야 '도너스키르헨' 마을에 도착했다. 숙소를 찾아 헤맬 때 어둠을 밀어내듯 환하게 켜진 언덕 위의 작은 성당은 마치 오랜 시간 기다리던 누군가의 손짓 같았다. 그 순간 성당의 종탑 위로 스며드는 빛이 나를 인도하는 듯, 이내 머물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낮은 언덕들이 부드럽게 마을을 감싸는 부르겐란트의 작은 마을 '도너스키르헨'의 아침,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니 언덕 위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성당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산 위 교회로 가는 십자가의 길 1번 구간' 에 위치한, 마을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자리, 밤이면 등불처럼 마을을 지켜주는 성 마르티노 성당이다,


석양(石羊)과 약수터가 있는 마을 쉼터까지 가면 언덕길이 열린다. 그 길이 '크로이츠베'(Kreuzweg), 곧 '십자가의 길'이다. 왼편으로는 완만한 비탈길이, 오른편으로는 계단이 나란히 산 위로 이어진다. 1933년, 당시 본당 신부 마르틴 코르피치와 사제 프란츠 라이하르트가 이 길을 만들자는 뜻을 세웠다고 한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14개의 조각상 처소(處所)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알고 보니 부르겐란트의 조각가 토마스 레세타리츠가 라이트베르크의 석회암을 깎아 만든 작품들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걸었던 그 수난의 길이 이곳에서 차분한 석상들로 되살아나, 묵상의 공간으로 거듭나 있었다. 1944년 9월 14일, 교구장 바울 이비 주교가 이 길을 축성하며 예수의 수난의 발자취를 가리는 장소로 삼았다 한다. 그날 이후로 이곳은 많은 순례자들의 마음의 쉼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중심이 되었고, 그 종소리는 여전히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일요일 아침, 10시 30분에 시작되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산 위의 교회'로 향했다. 언덕을 오르던 중 이 마을에 50년째 살아오고 있다는 노부부를 만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분이 '디아콘' 이셨다.) 그들은 마치 오래된 이웃을 만난 듯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오르간 선율이 성당 안을 가득 채우고, 3명의 복사와 함께 신부님이 입장하셨다. 미사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숨결이 더욱 고요해지고, 시선이 제대위로 모였다.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간절히 기도했다. 이방인의 발걸음까지 따뜻하게 품어주는 이곳의 평화, 그리고 믿음과 인간의 손이 빚어낸 경건한 아름다움 앞에 마음을 내려놓고 감사드렸다. 낯선 나라의 작은 성당에서 올린 나의 기도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 속에서 내 안의 축복이 되어 잔잔히 물결쳤다.


"길 위에 나를 세우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풍경 속에서도 늘 같은 마음으로 머무르게 하시고, 만나는 이들의 미소 속에서 당신의 따뜻한 숨결을 느끼게 하소서, 내게 친절을 베푸는 이들에게 축복을, 먼 곳에서 나를 떠올릴 가족과 지인들에게 평안을 내려주소서. 이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한 장면으로 남는 은총의 여정이 되게 하소서. 이 길 위에서도 사랑을 배우게 하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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