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인지적 심리/ 문화적 상대주의/ 독일 사우나. 나눔 문화
기후와 건축 그리고 삶의 위생과 가치관이 얽히며 세계의 문화는 저마다 다르게 피어난다. 요즘 나는 신발을 벗지 않고 실내를 오가는 문화에 머물고 있다. 실내에 들어설 때 신발을 벗는 일이 동양에서는 당연한 예의이지만, 서양에서는 사적인 행동으로 예의에 어긋난다. 이처럼 문화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쌓아온 생활의 철학이다.
독일의 나체 혼탕 사우나 문화 역시 이런 철학의 한 단면이다. 남녀가 함께 사우나에 앉아 아우프구스 의식을 즐기는 모습은 그들에겐 노출이 아니라 자연과 평등 그리고 인간 본연의 존중과 자유를 의미한다. 그래서 독일의 사우나 문화는 단순한 땀만 빼는 공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씻는 휴식의 숲이자 건강과 명상을 위한 조용한 쉼터로 여겨진다.
아우프구스(aufguss) 의식 -건조 사우나실에 직원이 30분마다 들어와 뜨거운 돌 위에 향 오일을 뿌리고, 부채나 큰 타월로 뜨거운 증기를 퍼뜨려 준다.
독일 보훔 (Bochum)의 'RUHR' 사우나에 연간 회원권을 끊어 다니는 노부부를 만났다. 나는 낯섦 너머의 삶과 문화가 궁금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물값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말인즉슨 물값이 비싼 편인 독일은 수도세가 2인 기준 연간 200유로(33만 원) 내외다.- 진짜로 물값이 맥주값 보다 비싸냐고 물었더니 맥주값이 비싸단다. - 사우나 일일 이용권은 22유로(3만 6천 원)다. 그런데 연간 회원권은 1,000유로 (165만 원)다. 핀란드식 사우나도 있고, 온탕, 냉탕, 수영장, 휴게실, 레스토랑까지 다 있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종일 있어도 무관하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잔다. 연회원권으로 매일 다니다시피 하니 모든 게 이득이다. 우리에게 사우나는 '인간 그대로의 인간'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비에로틱(non-erotic) 한 최고의 공간이라는 이야기였다.
한국의 집 안에서 신발을 벗는 게 더 위생적이라는 것과, 독일의 혼탕 사우나에서 수영복 착용 금지가 더 위생적이라는 것이 똑같음을 이해하는 순간, 나는 다름은 경계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길임을 깨달았다.
이렇게 시작된 '평등과 존중의 시선'은 '요한네스' 성당 거리의 철제 울타리 위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옷의 울타리'에 걸어둔 옷들을 누가 걸었는지, 누가 가져갈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끈끈한 연대가 풍요 속에서도 허기를 느끼는 이 시대를 달래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벗는다는 것, 그건 결국 나눔을 시작하는 일이다. 내가 가진 것을 숨기지 않고,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는 용기, 그 벗음과 나눔 속에서 나는 사람의 온도를 배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규칙과 관습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문화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고, 각 나라는 저마다의 맥락 속에서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그들과, 그것들과 마주할 때마다 다름이란, 낯섦이 아닌 또 하나의 고요한 평온으로 다가온다. 결국 문화란 다름의 벽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창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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