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독일, 보훔 플라네타륨/질서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아름다운 우주
독일의 하늘은 늘 흐리고 무겁다고들 하지만 며칠째 이어진 푸른 하늘은 그런 편견을 잊게 만든다. 어딜 가나 숲은 짙은 초록으로 물결친다. 늘 햇빛이 부족하다 말하면서도 어떻게 이토록 풍성한 녹음을 길러냈을까. 하늘과 숲이 함께 빚어낸 장엄한 초록의 향연 앞에서 나는 라인 - 루르 지역의 중심도시 보훔 (Bochum)의 Zeiss Planetariumdm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곳은 독일의 천문학 우주 관련 체험 장소다. 최근 전면적으로 현대화되어 최신의 투사 시스템과 디지털 기능을 갖추었다고는 하나 1964년 11월 6일에 개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보흠 플라네타리움 (Zeiss Planetarium Bochum)은 반구형 은빛돔 모습으로 우주선을 연상케 한다. 매표소 옆에는 보훔 슈테른테아터 6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플라네타륨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안내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플라네타리움이 하이라이트는 단연 거대한 돔 극장이다. 약 9,000개 이상의 별을 쏟아내는 Zeiss사의 최첨단 프로젝터와 풀돔 영상 시스템 덕분에 나는 광활한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시의 불빛 아래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수천, 수만 개의 별들이 마치 손에 닿을 듯 머리 위로 쏟아졌다. 지중해 연안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은 낯설다. 같은 별빛 아래에서도, 그들이 엮어낸 별자리는 우리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칼 세이건'은 『 코스모스 』 에서 '우리는 별의 먼지(star stuff)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했다.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생각하게 만든 이 문장은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 은하수처럼 빛나며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독일 보훔 플라네타리움에서 나는 작은 티끌 같은 존재임을 체험함에도 불구하고, 강대한 우주의 일부라는 사실에 묘한 위안을 느낀다.
'세이건'이 말했듯, 별은 단순한 점이 아니다. 수소와 헬륨으로 불타오르며 원소를 만들어 내는 거대한 용광로이고 그 원소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몸을 이루게 된다. 돔 위에 떠는 별을 바라보며 나는 그 빛이 수천 년 전, 어쩌면 수억 년 전의 과거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별들의 잔치가 끝나고 돔 극장을 나섰을 때, 보흠의 저녁 하늘엔 어스름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플라네타리움에서 바라본 수많은 별들이 그 하늘 위로 겹쳐 떠오르며, 현실과 환상이 아련히 맞닿는 순간이었다. 『 코스모스 』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우주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이라면, 보훔의 플라네타리움은 그 사실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창이 아닐까. 지금도 내 마음속에 수만 개의 별들이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