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기를

부르겐란트 노이지들러 호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by 김숙진

노이지들러 호수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국경 지역에 걸쳐 있는 스텝 형 호수다. 호수 전체의 면적은 315㎢다. 이 가운데 240㎢는 오스트리아에, 75㎢는 헝가리에 속한다. 넓고 얕은수면(평균 수심 약 1~2m) 덕분에 보트 낚시나 플라이 피싱하기에도 쉽다. 물결이 잔잔하고, 북서풍과 남동풍이 지속해서 번갈아 가며 불어 여름에는 윈드서핑, 카이트서핑, 세일링 하기에 좋고, 겨울철에는 호수표면이 고르게 얼어 스케이트나 아이스 세일링 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추었다.


늦은 오후, 나는 공원을 가로질러 등대를 향해 걸어갔다. 아이들은 잔디 위를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고, 그 뒤로는 형형색색의 카이트들이 바람에 실려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차가운 듯 시원한 바람은 신선하게 다가왔고, 등대에 가까워질수록 호수 위로 떠 오른 카이트들이 점점 더 많이 보였다. 그 풍경은 마치 평온함과 생동감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부두에 서니 잔잔한 물결 위에 바람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것이 느껴졌다. 호수는 오케스트라요 바람은 지휘자 같았다. 바람이 호수를 스치자 물결은 마치 음악처럼 퍼져나갔고, 서퍼들은 물살 위에서 자연의 리듬에 몸을 실은 채 마치 춤을 추는 듯했다.


한쪽에서는 라이딩을 마친 서퍼들이 장비의 물기를 털어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여유로운 숨결이 잔잔한 호수 위로 퍼져나가며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했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하늘과 호수, 바람과 사람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오래전에 읽었던 '하인리히 뵐'의 「어부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렇게 자연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삶이 바로 여유 아닐까'


이야기의 중심에는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물고기를 잡고, 남은 시간에는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리며 만족스럽게 사는 어부가 있다. 그의 삶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충분함을 아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이 평화로운 일상에 도시에서 온 관광객 커플(사업가)이 등장한다. 그는 어부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 놀라며, “왜 더 열심히 일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사업가는 더 많은 돈을 벌어 배를 늘리고, 회사를 세우고, 부자가 되면 나중에는 여유롭게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어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하지만 저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어부의 미소 속에는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더 많이’를 쫓는 동안, 그는 이미 ‘충분하다’라는 행복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짧은 대화 속에는 현대 사회의 모순이 담겨 있다. 우리는 종종 ‘여유’를 미래의 보상처럼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고, 성공을 거두고, 목표를 달성한 뒤에야 비로소 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뵐'은 묻는다. ‘그 끝에 도달한 여유와 지금의 여유는 무엇이 다른가?’


진정한 삶의 여유는 더 많이 가지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충분함을 느낄 때 찾아온다. 삶은 거센 파도 속에서 버티는 일이 아니라, 바람의 흐름을 읽고 몸을 맡기는 서퍼처럼,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충분함 속에서 웃는 어부처럼, 나도 이제 멈춤과 움직임 사이에서 조화를 찾으며, ‘충분하다’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받아들인다. 지금 그 여유를 온전히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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