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침묵이 낫다

by 김모씨

어색한 침묵이 생기는 게 싫었다. 날씨, 아니면 코로나 시국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싶었다. 누구든 얼마간 할 이야기가 있을 테다.


“코로나 환자 수가 늘어서 정상 개학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요. 교육부에서 공고가 내려와야 우리도 학원 일정을 짜든가 하죠.”


“요즘 체육관에 새로 나온 00씨 남동생이 교사인데 교사들한테도 아무런 공지가 없어서 모르나 봐요.”


얼마 전 운동 모임에 지인을 초대한 A가 말했다. 00씨 남편은 시 공무원, 00씨 여동생은 교사. 모두 A씨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이다. 그러한 지인의 인맥까지 동원한 인용이 필요할까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내면의 목소리가 고개를 젓는다. 자격지심이야. 자격지심.


다시 화제가 전환되었다. 이번엔 아파트 단지 내 사라진 상점들과 그 자리에 새로 생긴 상점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커다란 간판을 단 새로 생긴 치과에 다녀온 A씨가 후기를 말한다.


“의사가 젊더라구요. 서른이 채 안된 것 같은데 치과 전문 대학원을 나오고 개원을 바로 했다네요.”


요즘엔 의대에 나오지 않아도, 학부 전공이 달라도 치전원을 나오고 면허 시험을 칠 수 있다는 대화가 오가는 중 B가 입을 뗐다.


“그래도 출신 대학이 그쪽 업계에서는 엄청 중요하데요. 저희 이모부가 치과의사인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친정 쪽 재산 규모가 상당해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재산 다툼이 심했다는 B씨의 이모부는 치과의사구나.


이번에는 무슨 주제를 던질까? 최근에 화제인 텔레비전 프로그램? A씨와 B씨는 방송 관계자인 지인도 있으려나?


나는 무슨 이야기에 어떤 지인을 동원할 수 있을까? 태극기 집회에 매주 참가하는 큰아버지와 무능한 남편 대신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고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배달 대행 일과 청소 노동자를 하는 지인도 있는데. 내가 지인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주제들은 A와 B를 침묵하게 만들리라.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두려웠던 침묵이 다시금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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