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제발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아이가 서너 살 무렵, 잠투정이 심해 고생이 심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였던 시절이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니 눈에 왼쪽 눈이 부어 올라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무언가 작은 멍울이 느껴졌다.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서둘러 안과에 갔다.

검진을 마친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콩다래끼라는 진단을 했고, 뚜렷한 원인이 없는,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질환이라고 덧붙였다.

곧바로 시술이 시작되었다. 눈에 마취 주사를 놓고 눈꺼풀을 뒤집어 고정한 뒤 날카로운 무언가로 상처를 내 다래끼를 짜내는 방식이었다. 마취 주사를 맞을 때 좀 아플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눈 부위에 주사기 바늘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다행히 다정한 간호사가 손을 잡아주었다. 아픈걸 잘 참는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다. 입으로 소리 내는 건 참았지만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아파서 흘린 눈물이었다.

시술 후 마취가 바로 풀리지 않아 한쪽 눈꺼풀은 몇 시간 더 감겨있었다. 내 의지로 눈꺼풀 하나 들어 올릴 수 없다는 게 좀 이상했다. 눈에 안대를 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방받은 항생제와 안약을 며칠 동안 복용하고 넣었다.


그 후로 왼쪽 눈의 수난이 이어졌다. 조금만 잠을 못 자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 다래끼가 올라왔다. 손으로 잡히는 작은 멍울이 두 개, 세 개, 네 개로 늘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오른쪽 눈과 뚜렷하게 달라 보여 신경이 쓰였다. 통증은 없었지만 눈에 거슬리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때면 안과를 찾았다. 늘 같은 시술을 받았다. 영구적으로 없애는 시술이나 예방책 같은 건 없었다. 늘 마취 주사를 맞을 때면 참을 수 없는 아픔에 눈물이 흘렀고 한쪽 눈을 감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몇 년 동안 반복해서 나를 괴롭히던 다래끼는 피멍이 들 정도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제거한 후 잠잠해졌다.


최근 극단적인 식이 조절을 통한 다이어트로 8 킬로그램을 감량했다. 출산 이후 최저 몸무게를 달성했다는 기쁨에 배는 고파도 뿌듯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연거푸 술병이 나고 말았다. 술을 먹으면서도 살찔 염려에 안주를 멀리한 탓이 컸다. 그나마 먹은 걸 모두 게워 낸 것도 모자라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었다. 일명 필름이 끊기고 만 것이다.

다음 날 지인들이 증언하는, 어젯밤 내가 저지른 만행들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몇 시간의 기억이 지워지다니. 내 몸과 말과 행동이 통제에서 벗어나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간 용기 없어 하지 못한 말을 술기운에 쏟아낸 나의 행동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금주를 결심하고 며칠 후 몸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도 방문할 때마다 줄지 않은 불안감을 안고 산부인과를 찾았다.

의사는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병명을 말했다.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면역력 저하와 함께 재발이 잘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생살, 거기에다 예민한 부위에 주사기로 배농을 하는 시술을 마쳤다. 간호사가 주사기를 들어 뽑아낸 것을 보여주었다. 일주일 분량의 처방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하루 세 번 약을 먹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잘 자고 잘 먹었다. 며칠 증상이 보이지 않더니 같은 증상이 재발했다. 서둘러 찾은 병원에서 인근 도시의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에도 근심은 더해만 갔다.


인근 도시의 큰 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수술답게 당일 시술이 가능했다. 피검사와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분만실을 겸하는 수술실에 들어섰다. 국소 마취 후 절개와 봉합이 이루어졌다. 많이 아플거라는 가벼운 경고 뒤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아픔을 참았다. 회복실로 돌아와 마취가 풀리니 시술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까지 아픔을 느끼며 느린 속도로 걸었다. 자리에 앉아서 집에 오는 내내 통증이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약을 먹고 자리에 누웠다. 누워있어도 통증은 여전했다.

인터넷에 내가 받은 시술을 검색해보니 한결같이 ‘재발이 잦다’라는 언급이 있었다. ‘면역력 저하’, ‘과음’, ‘스트레스’도 공통적으로 보였다. 왼쪽 눈의 지긋지긋한 콩다래끼에 이어서 또다시 재발로 고생할 생각에 앞이 깜깜했다.


고통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내일은 아마도 수술 후 마지막 진료를 보게 될 예정이다.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도, 아무리 흔한 질병이라도 겪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마취 주사를 맞고 상처가 회복되기까지 마음과 몸 둘 다 고생이 만만치 않았다.

회복 후 잘 지내고 있다가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을 때면 그간 생활 습관에 대한 후회와 함께 건강마저 자신할 수 없는 자신을 탓하게 된다. 같은 일에도 남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 자신의 약한 멘탈이 원망스러워진다.

어쨌든 한고비 넘겼다. 이제 면역력을 높이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다. 그런데 무엇을 먼저 해야 하지.

하루에 세 번 뭐가 되었든 몸에 좋은 걸 입에 넣어주고 스트레스받는 일은 무조건 피하자. 나도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면, 일단 나만이라도 행복한 선택을 하자. 그냥 되는 대로 살자. 누구에게 나를 증명할 필요도,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없다.

부디 면역력이 좋아져서 같은 질병이 재발해서 고생하지 않기를.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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