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
또 이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한창 사랑에, 사람에 빠져있어야 할 시기에 외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왜 외로운 걸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이 평생 발목을 잡는 걸까(내면의 상처받은 아이, 이제 지겹다). 성취감을 느끼기 힘든 육아의 지난한 과정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인가. 지난주부터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 때문인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는 압박감의 다른 표현인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원인인 걸까.
늘 실패하는 원인 찾기를 그만두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방법을 궁리해보았다. 달달한 음료와 디저트 먹기. 매운 안주와 함께 낮술 마시기. 종일 늘어져 있기. 혼자만의 시간 갖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기. 애정 표현 주고받기. 헤어스타일 변화. 뭔가 구매하기 등등. 어렵지 않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목록을 작성하다 그만두기로 한다. 그거 다 해보아도 외로움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잠자리에서 읽히지도 않는 책을 덮었다 펼쳤다 하다 이부자리 근처에 개미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부터 안방에서 개미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연신 찍어 누르다 오늘은 이부자리를 털고 대청소를 하리라 다짐한다.
어느샌가 잠들기를 포기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 아침 산책을 나섰다. 초파리 떼가 얼굴에 달려들어 도저히 걸을 수 없어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망할 놈의 벌레들. 오늘 집안을 뒤집어서 개미 떼를 쫓아내리라, 순간적으로 벌레 박멸의 의지를 불태웠다.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쓰기로 하고 노트북을 켰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그 소리. “외로워.”에서 시작한 글은 오늘의 계획으로 마무리된다. 익숙한 결말이다.
글을 마무리하고 아침을 먹여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하는 거다. 아침에 벌레의 방해로 산책을 못했으니 시내에 나가 헬스와 수영으로 오후를 불태우리라. 밀린 숙제를 마치고 저녁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맥주 한 잔을 즐기리라!
기분 탓인가. 외로움이 조금 가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