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관하여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농촌 유학 8개월 차이다. 현재 우리 아이와 함께 작은 시골 학교로 전학해 농촌 유학 중인 도시 아이들은 열 명 남짓이다. 몇 명은 나처럼 집을 얻어 부모와 함께 지내고 집안 사정으로 부모와 떨어져 숙소 생활을 하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오늘 내가 한 노동을 소개하려니 설명이 길어졌다. 오늘 한 노동은 다음과 같다.


1. 아침에 일어나 집 근처 아이들의 기숙사에 가서 사감 교사를 도와 아이들 아침을 준비했다. 밤새 아이들의 안녕을 묻고 요즘 들어 엄마가 보고 싶다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2학년 막내가 드디어 울지 않고 자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에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었다.

2. 아이들을 통학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노동, 성, 권력>을 다시 읽었다.

3. 시간에 쫓겨 엉망으로 제출한 숙제 파일을 열어 다시 작성을 시작했다.

4.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즈음,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와 도서관에 들렀다. ‘노동’에 관해 글쓰기 과제를 받자마자 떠오른 에리히 프롬의 글을 다시 읽기 위해서 였다.

5. 뒤죽박죽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역사가 ‘굶어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의 원칙’ 아래 유지되었다고 에리히 프롬은 말하고 있다. ‘일하지 않은 자여 먹지도 마라.’ 익숙한 말이다. 아이를 돌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도 어떤 의미에서 노동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뭔가 당당하기 힘들다. 임금이 보장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직업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24시간을 치열하게 쪼개어 자신을 성공적으로 경영한 사람을 선호하고 인정한다. 하는 일이 곧 자기 자신이고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연봉이나 남들과 구별되는 소비로 점철된 고급 취향을 보여주는 일이다.


비록 매달 임금이 입금되는 노동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돌보는 일과 읽음으로써 새로운 걸 알게 되고 나만의 언어로 무언가를 쓰는 일은 나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노동이다.

물론 살아가는 일에는 돈이 들기 마련이고, 경제적 여유는 종종 더 많은 배움과 세계의 확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노동이란 무엇일까. 십 년이 넘게 무임금 노동을 하며 때로는 팔자 편한 사람이 되기도, 때로는 타인 앞에서 자신을 증명할 어떤 말도 찾지 못해 작아지기도 한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을 만큼 임금을 받을 수는 없을까? 또는 돈을 벌지 않아도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사회가 되는 일은 불가능할까? 기본 소득 지급은 실현 불가능한 대안일까?

오늘도 고민만 하다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답이 없는 문제를 골똘히 고민하는 일. 사실 이것도 내가 하는 주된 노동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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