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에게도 ‘동네서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동네서점이 내 인생을 바꿨다.

by 김모씨

서점과 도서관에 들러 읽을 책을 부지런히 나르고 있다. 대부분 내가 읽을 것들이다. 아들에게도 읽을 책이 필요하지만 내 책을 찾는 만큼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내 책을 신중하게 고른 후 도서관을 나서기 전 어린이 서가를 잰걸음으로 훑으며 표지나 제목이 재미있어 보이는 것으로 대충 빌려다준다. 아이가 읽을 책은 거의 구매하지 않는 편이다. 내 책 사기에도 예산이 빠듯하기도 하고 아이 책 구매는 돈 아깝다 생각했다.


어느 날인가 표지와 제목이 익살맞아 대출해온 책을 아이가 재미있게 읽었다. 총 6권 완결의 그래픽 노블이었다.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책들만 빌려오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았던 아들이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독서를 마치고 말했다.


“엄마, 난 이런 시리즈물이 좋은 것 같아. 이 책 사주면 안 돼?”


아들이 좋아하고 사달라고 하는 책은 소장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구매를 미루고 미루다 도서관에서 빌려다주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내 책은 참 열심히도 사 모았다. 뭐 그리 소장가치 있다고. 빠듯한 도서 구입비를 쪼개어 아이 책도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일본의 세계적 북 디렉터가 쓴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이란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학창시절 저자의 어머니는 동네서점에서 자녀가 한 달 간 구매해 본 책을 월말결제를 했다고 한다. 저자가 시리즈물에 빠져서 평소보다 많은 결제액을 치르고 돌아와 화가 난 엄마에게 아들은 책장에서 구매한 <내일의 조>를 꺼내 보였다. 제목을 확인한 엄마의 한 마디. “<내일의 조>야? 어쩔 수 없네.”


아이가 자기만의 기준과 취향으로 맘껏 책을 골라 구입하고 책장 주인은 책 제목과 가격을 외상 장부에 적는다. 부모는 한 달에 한 번 아이가 구입한 책값을 치른다. 나에겐 참 아름다운 이야기로 들렸다.


얼마 전 방문한 단골 서점에서 선결 서비스 안내판을 발견하고 ‘나’를 위한 도서구입비로 선결제를 했다. 서점 주인은 놀랍게도 아주 작고 예쁜 수첩에 선결 금액과 구입한 날짜와 책 제목, 남은 금액을 수기로 작성해 주었다. 내 이름이 적힌 작은 수첩을 보면서 앞으로 저 수첩 마지막 장까지 차곡차곡 책 제목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흐뭇해졌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연말 그 해 이용자의 책 구매 기록을 분석해 ‘읽어보고서’를 제공해준다. ‘내가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구나(샀구나).’ ‘내가 30대 회원 중 상위 몇 퍼센트구나.’ ‘책 구매비로 핫도그 1,196개를 사먹을 수 있구나’와 같은 소소하게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선결 수첩은 이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했다.


나만의 선결 수첩을 채워가며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들을 많이 만나기. 언젠가 아이에게도 선결 수첩을 선물해주기. 생각만으로도 흐뭇한 두 가지 꿈이 생겼다.

이전 16화나는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