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탈출은 여전히 진행 중 –개별성에서 보편성으로

by 김모씨

방구석 탈출은 여전히 진행 중 –개별성에서 보편성으로 나아가기



일주일에 두 번 온라인으로 그리스 비극 강좌를 듣는다. 강의의 초반부 그리스에서 다른 장르도 아닌, ‘비극’이 탄생한 배경을 당시 폴리스 사회와 그리스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오늘 강의에서 귀가 솔깃했던 부분은 그리스인이 개별성에서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역시 그 과정에서 획득한 보편적 이성(정신)의 출현이다.

이불 속 세계(개별성의 세계)는 안전하다. 문제는 개별성을 박차고 나와 본질적 세계와 조우 할 때 생긴다.


사회로부터의 자발적 도피 혹은 고립의 삶은 평화롭다. 소요하지 않는 삶이 가능하고 나의 작은 공간 안에서는 모든 것이 통제하에 있다. 누군가 이불을 젖히지 않는 한 깨지지 않는 평화다.

하지만 이 상태를 ‘자유롭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 의지로 선택한 고립이건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일까 하는 물음에는 고개를 젓게 된다.


농촌 생활을 결정할 때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도 한몫했다.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마음껏 은둔해보리라 다짐했다.

짧은 고립 후 외로워지는 나를 마주했다. 하루는 어떤 갈등도 없이 평화롭게 흘렀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개별성을 마주했고 나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흥미로웠다.


방구석에서 찾을 수 없었던 자유를 찾으러 또다시 세상을 기웃거리고 있다. 세상에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나 보다. 값진 것일 경우 더욱 그렇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문지방을 넘는 것이 두려운 이유다. 그곳에서 마주할 통제 불가한 세계 앞에서 언제나 아늑한 방구석은 커다란 유혹이다.


방구석 탈출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상에 크고 작은 일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또다시 밖으로 나가 방구석에서 찾을 수 없었던 자유를 찾고 싶어졌다. 다행인 건, 방구석 한 편에 이부자리가 언제나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개별성의 세계가 그리울 때는 거기서 잠시 쉬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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