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람이 싫을까

by 김모씨

사례 하나.


얼마 전 운전을 하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지인. 때마침 주유 경고등이 켜졌으나 가까운 주유소는 30분 거리다. 차가 멈추는 불상사는 피했다는 이야기를 듣던 중, 지인이 우연히 발견한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한다. 길을 헤매긴 했지만 우연히 예쁜 장소를 발견했다는 말을 듣자 드는 생각.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긍정적인 거야?’

사람이 매사 긍정적이어서 불편한 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나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이성에 국한되지 않고 친구, 이웃, 동료, 연예인, 정치인 등등, 나와 코드가 맞는다며 상대의 매력에 금세 홀린다.

물론 오래가지 못한다. 장점이자 매력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그 사람이 싫은 이유가 하나둘 늘어간다. ‘이 사람은 너무 긍정적이야.’, ‘왜 이렇게 가식적이지?’, ‘혼자 고고한 척하기는.’ 갖가지 싫은 이유를 대다 결국 하는 말.

“혼자 있고 싶다. 나를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이런 비정상적인 패턴의 인간관계를 반복하고 있는 나. 사람을 하루 만나면, 이틀은 쉬어야 하는 나. 심지어 남편과 아이에게도 무한 사랑과 정떨어짐을 교차 경험하는 나. 도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사람이 싫어지고 피하고픈 시기가 또다시 닥쳤다. 책과 글쓰기, 혼자 돌아다니기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결국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아야 하고, 더구나 무언가 돈벌이를 하려면 사람을 마주해야 하거늘.

오랜만에 글쓰기로 도피 중이다. 꽤 오랫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해 불편한 마음이 해소되니 인간에 대한 되풀이 되는 미움도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지만 날마다 읽어야 할 책과 들어야 할 음악, 글을 한 편 써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모두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해결되는 것들이다. 이런 의무감이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앗아가는 걸까? ‘차라리 이 시간에 책을 읽는 게 낫겠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 설레던 만남도 어느샌가 시간 낭비가 되곤 하니 말이다.


직업을 가지고 소득을 창출하는 삶을 오래 동경해왔다. 이 마음은 부모님의 영향이기도 하다. ‘돈을 벌지 못하는 활동 =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은 집안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동아리 활동이나 강좌를 수강하면 언제나 ‘돈도 못 버는 쓸모 없는 짓 하지 말고 애나 잘 봐라.’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 외에도 ‘집에서 논다.’, ‘백수들 모임’ 등 나의 모든 일과를 소득을 올리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나누던 부모님(특히 엄마)의 태도가 내 안에 깊이 뿌리박혀있다.

전업주부인 내가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 무언가 배우기 위한 강좌나 동아리, 봉사활동을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활동과 관계 속에서 ‘돈도 안 되는데 뭐하러 이걸 하고 있나’라는 자문은 모든 관계에 대한 회의로 이어진다.


글쓰기 또한 당장은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활동이다. 그러나 나는 이 활동의 유의미함을 바로 지금, 또다시 발견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사람을 싫어하는 나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돈을 벌고 싶다. 하지만 안 벌어도 된다. 돈을 벌지 않아도 인생은 가치 있을 수 있다. 돌아다니면서 돈만 쓰고, 가끔은 돈과 함께 감정도 손해 보더라도 누군가 만난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이제는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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