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을 보고
1. 사랑에 모든 걸 걸 수 있는 여자, 서래
영화의 초반, 해준(박해일)의 동료 형사 수완(고경표)는 말한다.
“왜 이렇게 예쁘고 젊은 여자가 이런 늙은이하고 결혼했을까요?”
나이 많은 남편과 젊은 아내가 허용되는 하나의 경우는 남편이 돈이 많은 경우다. 그렇지 않고는 사랑에 빠질 리 없다는 게 일반적인 믿음일 테다. 나 또한 ‘사랑’에 관한 빈곤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서래(탕웨이)는 첫 번째 늙은 남자도, 두 번째 사기꾼 같은 남자도, 자신을 의심하는 형사인 해준도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는 여자다. 관계를 시작하고 결혼하는데 ‘사랑’만이 중요한 사람.
요즘 그런 사랑은 매우 드물다. 결혼은 고사하고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데에도 감정에 앞서 머리로 계산을 한다. 나이. 외모. 재산. 직업. 학력. 교양. 취미. 가정환경 같은 것들. 그것을 배제하고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던가?
현명하지 못하게 이상한 남자만 만나고 (영화에서 서래도 비슷한 말을 한다. “나는 왜 이런 남자들만 만날까요?”) 이별을 반복하면서도 다시 사랑에 빠지는 여자들이 있다. 가끔은 남자 없이 못 사는 여자들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하는 사람들. 어찌 보면 사랑 앞에서 머리를 굴리기보다 온몸을 내던지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여자들만 그런 건 아니다. 박정민이 연기한 홍산오 같은 남자도 있으니까.)
2. 사랑이 끝난 관계
해준과 그의 아내(이정현)가 맺고 있는 관계를 보자. 둘도 처음에는 서로를 사랑했을 테다.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었고 그래서 결혼했겠지, 그게 감성과 함께 이성이 작용한 경우라도 서로를 알고 싶고 원했던 순간이 있었겠지.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둘의 관계를 유지 시키는 힘은 무엇일까? 동료 의식, 가족애, 우정. 처음의 사랑과는 다른 형태의 사랑? 어쨌든 ‘어떤’ 종류의 사랑은 둘 사이에서 끝났다.
석류나 자라로도 회복될 수 없는 것, 정기적인 성적인 관계로 유지할 수 없는 그것.
3. 사랑의 끝
서래는 엄마가 원해서, 엄마를 사랑해서 엄마를 죽였다.
첫 번째 남편은 왜 죽였을까? 남편은 끔찍한 폭력을 저지르고 서래를 소유물 취급하는 남자였다. 해준의 말처럼 살인은 담배처럼 처음만 어렵고 두 번째는 수월해지는 걸까. 서래는 첫 번째 남편을 죽이고 만다.
두 번째 남편은 서래의 직접적인 범행은 아니었지만, 정황상 서래가 살인을 유도했다. 그 과정에서 철성(서현우)의 엄마를 직접 살해하기도 하고. 두 번째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은 해준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해준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자신은 사랑이 시작되었다 말하는 서래는 자신이 해준의 미결사건이 되는 것으로 사랑을 끝맺는다.
내가 그간(?) 해온 사랑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본다. 내 사랑의 끝은 어떤 모습이었더라......
4. 그래도 사랑이 하고 싶다면 미친 거겠지.
서래와 해준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불륜 관계이다.
그런데 해준이 피의자인 서래에게 시선이 가고, 신경을 쓰고 마음이 기우는 장면, 같이 요리를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은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서래처럼 용기가 없는 난, 아마도 다시 어떤 형태의 ‘사랑’은 할 수 없을 거다. 영영.
남자와 여자로서의 사랑, 그건 아마 내 생에 다시 없을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