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by 김모씨


개그콘서트를 안 보면 대화에 끼기 힘든 날들이 있었다. 얼마 전 <나의 해방 일지>라는 드라마가 비슷했다. 조금씩 입소문이 나던 때 몇 편을 본 적이 있었다. 세 편을 보고 더 보지 않았다. 나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의 설움과 구씨라는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실패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은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를 했다. 아무 연고가 없는 인천에 온 이유는 추측컨대 서울에서 ‘밀려나서’ 일 것이다.

인천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나왔다. 처음으로 다른 도시 사람들과 섞여 본 건 대학에서였다. 대학가에서 함께 술을 퍼마시다가도 서둘러 막차를 타는 서울 아이들을 따라 ‘서울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에만 있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이용 방법을 몰라 당황한 기억이 난다. 서울에 사는 남자친구를 사귀며 그의 친구들과 함께 만났을 때 남자친구의 여사친으로부터 ‘상경’했다는 농담을 들은 적도 있다. (스물 두 살 때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나는야 뒤끝있는 사람)


직장에서도 비슷했다. 회식이 끝나고 서둘러 인천행 광역버스의 긴 줄 끝에 서 있을 때, 남들이 다 아는 장소를 어딘지 모를 때, 지하철 노선도를 쳐다보고 또 쳐다볼 때, 한강을 지나갈 때마다 창문에 눈을 고정하고 속으로 감탄할 때마다 나는 서울에서 이방인이었다.

드라마 속 경기도 소도시에 사는 삼남매의 고군분투를 보며 ‘내가 저 심정 알지.’ 하다가도 ‘그래도 아파트에 산 내가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낫기는 뭐가 낫냐)


얼마 전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 다시 이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다. 구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잘난 것 없는 삼 남매에게 응원을 보내는 대화와 함께 꼭 보길 권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구씨의 매력에 빠진 이들 중 한 명은 요즘 한강변으로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맛에 산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 거주민은 ‘3대가 살아야 진정한 서울 사람’이라는 남편의 말을 전하며 웃어보았다.

드라마를 재밌게 본 서울 사람들 속에서 나는 조금 복잡한 심경이었다. 먹고 살려고 정규직도 아닌 계약직으로 일하던 직장에 왕복 세 시간이 넘는 출퇴근을 하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번 생에는 서울 시민이 되기는 어렵겠지.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 결핍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아이에게 서울 출신이 아니라는 결핍을 안겨주게 되었다. 괜찮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건 그냥 내 능력을 넘어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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