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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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부터 다이어트 중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거의 30년에 다다르는 긴 세월, 그러니까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안 ‘체중 감량’은 언제나 삶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원래부터 마르지 않은 체형이다. 아주 어릴 땐 통통한 외형으로 귀여움을 받았던 것도 같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통통함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주변에 있는 ‘원래’ 마른 애들, 나보다 훨씬 더 먹지만 여전히 빼빼한 몸매를 자랑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방학이 되면 개학날까지 10킬로그램을 빼서 날씬한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갈 것이라 각오했다. 번번이 엄마가 차려주는 식탁 앞에서 무너졌다. 땀을 빼서 체중 감량을 하겠다고 온몸에 랩을 감싸고 두꺼운 옷을 입고 한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열심히 훌라후프를 돌렸지만 체중은 변하지 않았다.
좀처럼 빠지지 않던 체중이 급변하게 된 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교복을 몸에 꽉 끼게 수선하여 입는 게 유행이었다. 굴곡이 드러나게 치마의 폭을 줄였다. 재킷과 조끼는 기장을 짧게 잘라 똥배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유행에 따르느라 이곳저곳 수선한 교복에 몸을 끼워 넣고 다녔다.
거울에 비친 옆모습, 두툼한 팔뚝과 툭 튀어나온 아랫배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언젠가 “치마가 터질 것 같다.”고 수군거리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극단적인 식이 조절 즉, 굶는 방법으로 살을 빼기 시작했다.
하루 중 가장 기다리던 점심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아 우유 한 팩을 먹으며 버텼다. 매점에서 좋아하는 간식을 사서 서랍에 넣어두고는 야간 자율 학습 시간 봉지를 뜯고 냄새를 맡은 후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친구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간식을 바라보며 대리 만족을 느꼈다.
그렇게 소원하던 10킬로그램을 감량했다. 어디에 가서도 마른 축에 속했고 그게 뿌듯했다. 똥배가 드러날 걱정 없이 꽉 끼는 교복을 입고 다녔다.
먹는 걸 영원히 참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번 식욕이 터지면 정상적인 식사량을 벗어나 폭식을 했다. 용돈으로 슈퍼에 가서 과자를 잔뜩 사서 한자리에 앉아 모두 입에 털어 넣었다. 남들 앞에서는 먹고 싶은 욕망을 제어했지만 혼자 있을 때는 자제가 되지 않았다. 굶다가 폭식을 하는 버릇은 그 후로도 오래 나를 괴롭혔다.
고3 수험생이 되며 다이어트도 시들해졌다. 멋을 내던 주변 친구들도 하나 둘 자신을 놓아버리기(?) 시작했다. 헐렁한 치마를 입거나 아예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늘었다.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었으나 모두 자연인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도 품이 넉넉한 교복 치마를 구해 입기 시작했다. 4교시가 끝나면 식당으로 달려가고 두 번씩 배식을 받던 날들로 돌아갔다. 성인 남성 이상의 밥을 먹고도 점심 후 매점에서 좋아하는 간식을 사서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며 다시 먹기 시작했다. 금세 예전 몸무게로 돌아갔다.
고3, 재수 생활을 하며 인생 최대치의 몸무게를 달성했다. 앞자리가 두 번 바뀌고 두 번째 수능을 마쳤다. 이대로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