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한 달에 한 번 꼴로 남편이 화순에 온다. 그 어떤 때보다 지난주 남편의 방문이 기다려졌다. 앞으로 화순에서 운전할 ‘모닝’을 운전하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농촌 유학으로 이사 와서 살게 된 마을은 읍내에서도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거리도 먼 데다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이라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차로 운전하면 20~3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시골 마을 곳곳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면 50분이 족히 걸린다.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는 버스 시간을 맞추는 일에도, 온갖 동네를 모두 거쳐가는 듯한 버스 노선에도 점점 지쳐 갔다.
운전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함께 큰 폭으로 오른 기름값도 차를 가져올 수 없게 망설인 이유 중 하나였다. 이삿짐을 옮기던 날 집주인으로부터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여름이나 겨울을 어떻게 지낼지, 한옥의 유지비가 얼마나 들지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무식하고도 용감하게 유학과 시골살이를 결정한 거다.
예상보다 추운 날씨에 서둘러 보일러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트럭이 한 대 도착해 보일러에 기름을 넣기 시작했다. 기름통을 반 채우는데 25 만원이 들었다. 온수를 쓰고 겨우 내 난방할 일이 걱정되었다. 끝을 모르고 오르는 기름값에 일찌감치 운전을 포기했다.
지난달 시흥에 올라가 오랜만에 운전석에 앉았다. 늘 그랬듯이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구분하는 것부터, 누가 보아도 초보티가 나게 벌벌 떨며 차를 몰기 시작했다. 점점 익숙해지자 운전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볼 일을 다 끝내고 나서도 동네를 몇 바퀴 돌고 집으로 향했다. 화순으로 차를 가져오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결국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친정집에 있던 모닝을 남편이 화순으로 가져 오기로 결정한 날부터 차가 도착할 때까지 설렘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드디어 오늘, 모닝을 운전해 읍내에 나갔다. 꼬불꼬불한 산길이지만 오가는 차가 없어 한산한 도로에서 최고 속도 60km로 신나게 달렸다. 돌아오는 길, 걱정하던 오르막길도 무리 없이 오르는 모닝이 대견스러웠다. 내부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주차된 차를 흘긋 돌아봤다. 좌석과 맞붙어있는 짤막한 차의 뒤태가 사랑스러워 싱긋 웃음이 났다.
다시 만난 모닝과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도서관과 수영장에 부지런히 다니고, 가끔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혼자 드라이브를 즐길 테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냉큼 달려갈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작다고 구박하지 않고 소중히 다뤄야겠다. 모닝아, 이곳에서 오래오래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