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지은이 : 김모씨
1. 인강 듣기
철학적인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구매한 것이다. 5세기 이전의 철학자들에 대해 읽다가 포기했다. 책 제목을 검색해 남들이 이 책에 대해 찬양한 글을 보며 좌절하다 총 90강의 서양철학사 인터넷 강의를 찾아냈다. 장바구니에 담긴 단품 강의를 결제하려는데 50%가 넘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내세운 “프리패스 수강권” 광고가 팝업으로 떴다. 딱 이틀 고민하고 결제했다. 3개월 씩 서양철학사, 동양철학사, 러시아 문학사, 프랑스 문학사만 들어도 본전을 찾겠다 싶었다. 오늘 글쓰기 수업 시간에 ‘그만둔 것’이라는 주제를 듣고서야 약 6개월 전 구매했던 프리패스권이 떠올랐다.
2. 과음하기
술주사가 심한 편이다. 올여름 총, 세 차례 술병이나 심신이 망가지고 인간관계가 파탄날 위기를 맞았다. 화순에서 광주까지 병원을 오가며, 나땜에 상처받은 지인들을 위로하며 금주를 다짐했다.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3. 1일 1영화 보기
시작은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부터였다. 소개된 영화가 모조리 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 한 편씩 영화를 보며 지냈다. 바쁜 일상에 영화를 챙겨볼 짬이 도무지 나지 않는 날이면 두 발 뻗고 잠들 수 없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 영화를 보다가 ‘이걸 도대체 왜 하고 있지!’ 하는, 이른바 현타가 와서 그만두었다.
4. 미니멀리스트 흉내내기
고백하건데 나는 곤도 마리에의 추종자 중 한 사람이었다. 한동안 ‘매일 버리기 챌린지 46일차’ 따위의 문구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 SNS프로필에 올렸다. 버려도 버려도 물건은 줄지 않았다. 다이소, 자연주의, 이케아가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반증되는 시간이었다. 그냥 물건을 쌓아놓고 살기로 했다.
5. 좋아하는 거 아끼는 습관
토스트를 먹으면 테두리부터 먹고, 쫄면을 먹을 땐 삶은 달걀을, 회를 먹을 땐 뱃살을 마지막에 먹는 버릇이 있다. 글쓰기를 하겠다고 두껍고 질이 좋은 노트를 사고는 나의 글 따위로 공간을 채우는 게 아까워 보관만 했다. 어느 날 지인이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 거냐고.” 그 후로 쫄면을 시키면 삶은 달걀부터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