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일지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글쓴이 김모씨


오늘은 근무(이자 거주)하고 있는 기숙사의 학생들이 부모님이 계신 서울로 상경하는 날이다. 아무도 그러라고 안 했는데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이 상경하는 날이면 숙소 화장실과 바닥 청소를 하고 있다.

등교 후 기숙사가 텅 비면 커피를 탄 후, 일복으로 갈아입는다. 고무장갑을 끼고 욕실 청소용 세제와 솔을 양손에 들고 첫 번째 방에 들어선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최대 음량으로 틀어두고 세제를 사방에 뿌리고 솔로 문지르기, 머리카락 치우기와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면 용량이 큰 업소용 청소기로 방바닥을 치우기 시작한다. 방마다 쓰레기통도 비운다. 그렇게 아이들의 방 네 개를 다 치우고 나면 두 시간 남짓이 흐른다.


보람찬 청소일을 마치면 청소도구를 제자리에 두고 방으로 돌아와 다시 옷을 갈아입는다. 며칠 전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나눈 대화다.


친구 :“00아, 요즘 어떻게 지내니?”

나 : 요즘 바빠, 아르바이트 시작했거든.

친구 : 정말? 나는 학교 방역 일 하는데 너는 무슨 일 하니?

나 : 잡일. 기숙사 화장실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블로그도 관리하고.

친구 : 정말? 그런데 너 글 쓸 시간 없는 거 아냐?

나 : 하루에 세 시간만 해. 지금도 퇴근하고 글쓰기 수업 들으러 나왔어.


육아가 익숙해질 무렵부터 나이가 들면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복직할 직장도, 언제든 일거리를 찾을 수 있는 전문기술도 없다. 카페를 차리거나 부동산 중개인이 되는 일은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에 일찌감치 선택지에서 뺐다. 공시에 합격해 늦깎이 공무원이 되려고 한국사, 국어 공부를 하다가 포기한 적도 있다.


나이 든 여성들은 무슨 일을 하나 궁금한 마음이 들어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동네 마트나 반찬 가게에서 일하는 여성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앉아 있는 여성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사무실과 건물을 청소하는 중년과 노년의 여성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주고 받을 기회가 많았다. 청소일에도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직과 초단기 고용처럼 일자리의 질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내가 근무하던 공공기관에서 일 년 계약의 미화원을 뽑는 면접이 있었다. 단정하게 차려입고서 이력서를 지참한 노년의 면접자들을 안내하며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 명의 면접자 중 단 한 명만이 고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였던 것 같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혹은 중학교에 가면 40, 50대의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여전히 알 수 없다. 내가 시골 마을에서 격주로 청소 노동을 마치고 깨끗해진 화장실을 바라보며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줄 몰랐듯이 말이다.

오늘 근무 시간을 청소일로 채우고 어제 못 쓴 글 한 편을 쓰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선 상경하는 아이들을 배웅하러 기차역에 간다. 그 후엔 자유다. 여느 직장인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금요일 저녁을 보낼 생각에 마음이 벌써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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