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글쓴이 : 김모씨
글쓰기 수업 모집 공고를 보고 며칠 고민했다. 오가는 거리, 낭독의 두려움, 잘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죽어서 쓰는 재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미 답은 정해놓았으면서 괜한 시간만 낭비했다. 수업이 시작되는 날 오전 결제를 마치고 수업을 들으러 서점으로 향했다. 가는 데만 한 시간 반이 걸렸다.
1.쪼잔한 귀여움
예상대로 얼마의 시간 동안 한편의 글을 쓰고, 돌아가며 자신이 쓴 글을 낭독한 후 의견을 주고받았다. 주어진 시간 안에 쓰느라 글을 급하게 마무리했다. 재미있는 소재를 찾았으나 잘 살리지 못해 다소 아쉬운 글을 남들 앞에서 읽었다. 강사님과 수강생들은 가벼운 에피소드를 담은 나의 글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낭독에 이어 잠시 같은 글을 모두가 묵독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의 공간을 둘러싼 적막감과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수강생들의 표정에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첫 번째 수강생은 ‘라디오 사연처럼 재미있게 들렸다’라는 의견을 주었다. 긴장이 풀리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 글이 그처럼 편하게 들린다니, 라디오 PD의 선택을 받은 사연들과 비견되어 기분이 좋았다. 긍정적인 피드백들이 이어졌다. 수강생들에 이어 강사님이 입을 열었다.
강사님은 먼저 나의 글 속에 피식 웃음이 났던 부분을 꼭 집어냈다. 글의 제목에 대한 칭찬에 이어 전반적으로 ‘잘’ 쓴 글이라는 말에 마스크 속으로 활짝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저런 피드백 중 가장 귀에 꽂힌 건 내 글에서 ‘쪼잔한 귀여움’이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귀여움보다는 쪼잔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들어오긴 했지만, 정말인지 사랑스러운 여섯 글자를 노트에 적었다.
다시 한 시간 반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시골길을 돌아오는 여정 내내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2. 과잉된 인간
두려움은 사라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두 번째 글쓰기 수업 장소에 도착했다. 주어진 시간 내에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글을 한편 완성했다. 수강생들 사이에 어색함이 사라졌기 때문 일까. 내가 쓴 글을 한줄 한줄 읽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글로 사람을 웃겼다는 자부심이 든 순간이었다.
한 주제에 짧은 글 몇 개를 묶은 글이었다. 이번엔 강사님이 어떤 단어로 내 글을 평할까 궁금했다. 그는 글 전반에 일맥상통하게 흐르는 분위기를 ‘과잉된 인간’이라는 한마디 단어로 담아냈다. 언제나 부족함보다는 넘쳐나서 문제가 되는 편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그 말을 다시 적었다.
3. 믿음직한 사람, 완급조절이 타고났다고 할 정도로.
이제는 글쓰기 수업만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낸다. 버스를 놓칠까봐 예상 시간보다 넉넉하게 집을 나선다. 수업 전 들르는 샌드위치 가게도 생겼다.
지난 시간과 달리 오늘은 웃긴 거 말고, 조금 진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자리에 앉았다. 결과적으로 웃긴 글과 진지한 글을 섞어서 써냈다.
옆자리의 글쓰기 동료로부터 ‘솔직함이 짱이다’라는 담백한 평을 들었다. 평소 나름의 글쓰기 철칙이 있다. 소설을 제외하고 모든 이야기는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원칙이 통했다니, 솔직함을 알아봐줘서 고마웠다.
강사님은 이번에도 과분한 칭찬을 길게 해주었다. 내 글의 한 구절에서 글쓴이가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도하고 쓴 말도 아닌데다, 평소 미덥지 못한 사람이라 자평하던 터라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내가 쓴 글이 완급조절이 적당하다며, 이건 타고났다고 할 정도라는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노트보다 먼저 가슴에 콕콕 박혀버린 칭찬이었다.
글쓰기 강좌의 정식 명칭은 “나를 살리는 에세이 쓰기”이다. 과장이 아니었다. 이 수업은 내 글에 대한 자신감과 계속 써야겠다는 의지를 살려냈다.
두 밤만 자면 글쓰기 수업하는 날이다. 어떤 소재를 찾아 글을 쓰게 될지, 어떤 칭찬을 듣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