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글쓴이 : 김모씨
짧지 않은 시간, 이런저런 노동을 해왔다. 일은 언제나 나에게 의미가 컸다. 맡은 일에 책임을 다했고 좀 더 유능하길 항상 희망했다. 하지만 일은 성실함이나 꼼꼼함 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사교성이 부족해서 직원들과의 관계는 쉽게 삐걱대었고 의도하지 않게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았다.
요즘엔 개근상을 타는 일이 자랑할 만한 일이 못 된다고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근태는 철저하게 지켰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몸이 아파도 어떻게든 출근을 했다. 언젠가 화장실을 가거나 자리를 비울 때마다 기록을 해야 하는 직장에 다닌 적이 있다. 근무 내내 거의 자리를 비우지 않아 휴식 시간 관리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료들과 함께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탕비실에서 머무는 것보단 뿌리내리듯 책상을 지키고 있는 일이 나에겐 좀 더 수월했다.
이렇듯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무장했지만 사회생활은 쉽지 않았다. 한군데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고 1~2년 주기로 퇴사를 반복했다. 어렵게 이직한 곳에서 또다시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좋은 인상 주기. 인간관계 어려움 겪기. 이런저런 오해 사기. 애써 모른 척 넘기다 퇴사를 결심하기.
오랜 기간 일을 쉬다가 최근에 임금 노동을 다시 시작했다. 예전에 했던 일과는 다르게 뚜렷하게 드러나는 직무가 없는 자리였다. 짧은 근무 시간, 부탁받은 일을 끝내고 나면 남는 시간이 많았다. 편하게 자리만 지키며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불편했다.
사무실을 지키거나 밀린 문서 작업을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니 지저분해진 사무실과 주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 한구석 말라비틀어진 걸레를 빨아와 책상과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간식 바구니를 채우고 주전자를 닦아 놓고 휴지통을 비웠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했다.
어느 날인가, 식당 한편에 놓인 성인 남자만큼 덩치가 큰 진공청소기로 건물 1층 식당과 복도 바닥 청소를 했다. 청소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변화가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숙소 공간과 공용 화장실, 바닥 청소를 번갈아 하며 나름의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요일에 따라 청소 공간을 정하고 사무실 근무와 병행하며 근무 시간을 채워 나갔다.
보통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인수인계를 받아 정해진 범위 내에서 주어진 업무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일은 조금 달랐다. 정해진 업무의 범위는 적었고 나머지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식이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자기 주도’ 노동인 셈이다.
오늘은 출근해서 난생처음 동영상 편집을 도왔다.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더듬더듬 10분이면 해결될 일이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반나절을 헤매고 나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 주도 노동의 단점 중 하나다. 오후엔 아이들 식사 준비와 정리를 마쳤다. 아직 남은 업무가 있다. 글쓰기를 마치면 아이들이 먹을 식혜를 만들어야 한다.
문서 작업과 동영상 편집, 음식 만들기와 청소까지 매일 조금씩 일의 내용이 달라진다. 내일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참, 공용 화장실 청소를 할 때가 지났다. 내일은 화장실 청소로 업무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