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휴식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준비하던 일과 밀린 일을 하느라 조금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한가한 것보다야 낫다 싶으면서도 하루쯤, 아니 반나절이라도 책임과 의무를 잊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을 먹고 30분 남짓 너무 달아 아쉬운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바쁘지 않던 때에도 낮잠 혹은 늦은 오후에 한숨 자는 일은 빼놓지 않았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하원 후 놀이터에서 두세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진이 빠졌다. 저녁을 먹기 전 아이와 길게는 두 시간 내리 잠에 빠져들었다. 잠으로 기력을 보충해 저녁을 차리고 잠들기 전까지 아이를 돌보았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휴식과 함께 재미를 찾을 시간이었다. 소리를 낮춰 텔레비전을 틀고 야식과 맥주를 즐겼다. 알코올 섭취는 휴식을 취하는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점점 마시는 양이 늘면서 다음날 컨디션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몸무게 숫자도 함께 늘어갔다.

알코올로 밤을 달랬다면(?) 오전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처럼 카페인을 섭취했다. 카페인만으로는 부족해 바닐라 시럽을 넣은 라떼를 주로 마시곤 했다.

오전과 오후, 아이를 재운 후. 이렇게 하루 세 번 같은 드라마를 시청한 적도 있다. 습관처럼 시간 맞춰 채널을 멈춰 ‘아까 본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았다.

수동적이긴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나름의 방법들이었다.


요즘은 어떤가. 30분이 못 되는 낮잠 시간도 내기 힘들다. 하는 일도 없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모르겠다. 아이가 잠들면 거실로 몰래 나오는 생활도 멈춘 지 오래다. 불을 끄면 둘 다 아침까지 잠을 잔다.

맥주를 마시는 일도 드물다. 맥주야 언제든 환영이지만 체중 관리를 위해 자제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서 술을 마시기 어려운 환경 탓도 있다. 커피는 시럽을 뺀 아메리카노나 우유보다 칼로리가 낮은 유제품을 넣은 라떼만 마신다. 역시 살이 찔까 걱정이 돼서이다.


그럼 난 요즘 어떤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걸까.

오전 근무를 마치고 볼일을 보러 시내에 나갈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차가 드문 산길을 신나게 운전한다. 듣는 사람이 없으니 큰소리로 노래도 따라부른다. 답답한 일이 있으면 산중턱에 위치한, 평일에는 한가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찬바람을 맞으며 소리도 지르고 심호흡도 한다.

종일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건물을 벗어나 집에 들를 때도 있다. 택배 문자를 받거나 두고 온 짐을 챙기기 위해서다. 짐을 챙기고 대문을 나서기 전 거실에 앉아 한숨 고르는 시간도 나에겐 휴식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 음악을 들으며 여러 번 숨을 크게 몰아쉰다.


휴식이 간절히 필요해 시작한 글인데, 돌아보니 틈틈이 잘 쉬면서 살고 있었다. 이 글을 다쓰고 나면 산책이자 휴식의 방편으로 잠시 집에 다녀올 생각이다. 때마침 새로 산 헤어드라이어가 도착해있다.

건물을 나선다. 풀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한다. 대문을 연다. 음악을 튼다. 며칠째 멈춰있을 일력을 오늘 날짜까지 뜯어 놓는다. 춥지만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한다. 문단속을 하고 택배박스를 들고 다시 대문을 나선다.

아마도 조금은 새로워진 기분으로 남은 일과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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