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진 바꾸는 데 일주일 걸린 사연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지난 주말, 일생일대의 사건이 있었다. 중간에 포기했거나 망쳐버렸다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나에겐 의미가 큰일이었다. 준비 기간 동안 다행스럽게도 완전히 망할 것 같은 예감은 사라졌다. 많이 부족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은 점에 의미를 두며 무사히 일을 치렀다.

일생일대의 사건 현장에서 찍힌 사진 몇 장이 남았다. 사진 찍히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오랜만에 건진 ‘나’ 위주의 사진이었다. 누군가는 내 사진에 정성스럽게 보정 작업을 해주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아니건만, 뽀얗게 처리된 내 모습을 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은 날, 조명 아래에서라면 이런 모습도 가능하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었다.


무사히 일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걱정 때문에 밤잠 설치는 일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지나가고 그날을 기념하고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축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는 SNS 배경 사진을 바꾸는 일이다. 보정 작업을 한 사진을 자꾸 열어보며 고민이 깊어졌다. 결점 없는 피부에 잔머리 하나 없는 머리 모양에, 서점의 서가를 배경으로 마이크를 잡은 사진을 일찌감치 점찍어 두었지만 차마 ‘확인’ 버튼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무 나 같지 않아서, 지나치게 잘 나왔기 때문이었다.

고민을 하다 아이에게 물었다.


“00아, 이 사진 너무 예쁘게 나와서 엄마 같지 않지?”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간단하게 대답했다.

“응. 엄마 같지 않아.”


아이의 대답이 내심 실망스러웠다. “아니, 엄마랑 똑같은데?”, 혹은 “엄마 이렇게 생겼어. 왜 자신을 몰라?” 이런 대답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사진으로 소개팅 상대를 먼저 만나던 때가 있었다. 실물을 보고 사기를 당했다고 느낀 적도 많았다. 소위 보정으로 떡칠(?)한 사진을 당당히 SNS에 올리는 사람들을 속으로 욕한 적도 여러 번이다. 양심이 없다거나 자기애가 지나친 사람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는 사람으로 단정 지었다.

진짜 나를 담아내지 못한 사진을 ‘인생 사진’이라 여기고 카톡 대문에 걸까 말까 망설이는 나도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심이 없거나, 자기애가 넘치거나 혹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거나.

망설이다 일주일이 지났다.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지 말자며 카톡 배경 사진을 바꾸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오늘 오전 변덕이 났다. 나도 잘 나온 사진, 이 여자는 마이크를 잡고 어디에서 뭘 하는 걸까,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사진을 올려보고 싶어졌다. 제일 예쁘게 나온 사진을 골라 배경을 변경했다.

“카톡 사진 바꿨네?”

지인이 물었다.

“응. 바꿨어.”


고맙게도 지인은 더 묻지 않았다. 너무 잘 나왔다느니, 이건 네가 아니라느니, 하는 말은 없었다.

단체 채팅방에 답변을 남기고 뒤통수가 붉어졌다. 평소 나에게 아무리 관심이 없다 해도 변경된 사진을 무심결에 클릭해 본다면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

“이 여자, 양심 없네.”


이런 생각?


일주일이 걸려 바꾼 카톡 사진을 얼마간 유지하고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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