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을 타고 싶은 마음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얼마 전 래퍼들의 신나는 무대를 보았다. 자유롭게 리듬을 타는 그들이 멋져 보여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내년에 춤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살면서 몇 번이나 춤을 출 일이 있었을까. 고등학교 다닐 때 조금 노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콜라텍에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입장료 오천 원을 내고 들어가면 정말 콜라를 한 캔씩 나눠 주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고 담배를 자유롭게 피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불법이 횡행하던 이십 년 전) 환한 대낮에도 어두침침한 내부에 들어서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커다란 스피커에서 귀청이 아플 정도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블루스 타임 같은 건 없고, 소위 말하는 부킹 문화도 없는 공간으로, 정말 춤을 추고 싶은 애들이 모여 있었다. 반 친구 중 한 애는 춤에 미쳐있는 애였다. 쉬는 시간만 되면 거울 앞에 서서 춤만 췄다. 콜라텍에 가기 위해 하루를 사는 듯한 그 애는 그곳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친구들을 쫓아 자주 콜라텍을 찾았지만, 나는 춤을 잘 못 추었다. 리듬 감각이 없을뿐더러 자신감이 없어 쭈뼜댔다. 시간 날 때마다 춤을 연마하던 친구처럼 자신을 놓고 춤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이 부러워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더 컸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 밤, 동기들과 숙소 지하 나이트를 가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춤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감탄하는 쪽이었다. 막바지에 이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다란 동그라미 대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한 명씩 원의 중심으로 등 떠밀어지고 그 사람이 화려한 춤사위를 보이면 사람들은 환호했다. 점점 얼굴이 굳어지며 심장이 쿵쾅댔다. 내 순서가 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그 상황에 대처했지만, 춤 실력으로도, 웃기는 걸로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저 내 차례가 지나간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화려한 웨이브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동기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고 나이트나 클럽을 갈 때마다 누군가를 구경하는 편이었지 리듬을 타고 춤을 즐긴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마흔 살의 애 엄마가 된 나는 이젠 그럴 일도 없다.

무대 위에서 음악에 심취해 리듬을 타는 일련의 무리를 보고 떠오른 곳은 콜라텍이나 나이트, 클럽 대신 댄스 학원이었다. 가까운 지역의 댄스 학원을 검색해 보았다. 다양한 연령의 댄스 뚝딱이를 대상으로 한 ‘비기너반’ 수업 영상을 보며 저곳에서 수업을 듣는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어쩌면 제일 나이가 많을지도, 초급자들만 모인 곳에서 가장 실력이 처질지도 모를 일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춤추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은 그만두고 싶다. 살아서 한 번쯤은 나도 리듬을 타보고 싶다.


그리고 그 일이 내년에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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