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기 뭐하러 왔을까?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부제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오늘 하루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게 되었다. 대부분 스스로 일어나 주었고 특별한 것 없는 아침밥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아이들이 탄 버스가 출발하는 걸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2주에 한 번 유학생들이 상경하는 날은 내가 정한 기숙사 청소 날이다. 늘 하던 대로 음악을 크게 틀고선, 방마다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휴지통을 비우고 어수선한 방을 정리했다. 마지막 방의 청소를 마치자 참기 힘들 정도로 배가 고팠다. 씻는 일을 미뤄두고 일단 밥부터 먹었다.

먹은 걸 정리한 후,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그제야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저녁에는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약속 시간까지 대략 다섯 시간이 남아 있었다.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될 때는 루틴대로 하는 게 가장 쉽고도 만족이 큰 선택이다. 읽던 책을 이어서 읽기로 했다.


절절 끓는 바닥에 몸을 지지며 누운 채였다. 솔솔 잠이 오기 시작했다. 점심 먹은 후 잠깐의 낮잠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기는 확실한 행복이다. 까무룩 잠이 들려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단잠에 빠지려던 차에 방해받는 건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다. 욕을 내뱉으며 전화기를 확인했다. 받는 순간 잠이 깰 거라는 걸 알았다. 핸드폰을 내던지며 잠을 선택했다.

잠에서 깨 그 자세 그대로 책을 좀 더 읽었다. 이미 한참 전에 세탁이 끝난 세탁물을 건조기에 넣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뭘 할까. 루틴 상으로는 글을 쓸 시간이다. 고민 없이 노트북 전원을 켰다.


매일 아침 일어나 두세 시간 일하고 점심을 먹는다. 바쁘지 않은 날은 낮잠 자고, 책 읽고 글 쓴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 올 시간이 된다. 아이들 저녁 준비와 마무리 정리를 마치면, 아들이 숙제할 시간이다. 옆에 앉아 감시 겸 참견도 하고 함께 책도 읽는다. 그러다 보면 잘 시간이다. 요즘엔 바쁜 핑계로 쓰는 일과를 자꾸 뒤로 미루고 있다.


어젯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여기 뭐하러 왔더라? 이 멀고 먼 화순까지 아이를 데려온 애초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작년의 내가 했던 생각들이 다시 궁금해진거다.

돈을 벌려고 온 것도, 사랑을 시작하려고 온 것도 아니었다. 아이와의 삐걱거리는 관계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장 이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와는 덜 삐걱거린다. 대화를 하게 된 것과 아이에 대한 믿음이 생긴 건 아주 긍정적인 일이다. 새로운 환경은 좋은 면이 더 많았다. 아는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어 좋았고 식사준비(메뉴구성,장보기 등)에서 벗어나게 되어 행복하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를 가나 다 비슷하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웃을 일도 있고, 예기치 못한 갈등도 생긴다. 이곳 역시 그렇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사람과 매일 마주하는 이곳은 확실히 내가 살던 곳과 다르다. 가족이 아닌 타인을 매일 보는 일은 묘하다. 동료를 대하는 직장인의 마음이 이러할까? 정은 들되, 각자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 견고한 벽을 쌓는 듯한. 혹시 나만 그런가?

각기 다른 아이들과 섞여 지내는 일상은 즐거운 편이다. 나는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어른들은 잘 모르겠다. 어른이 아이보다 훨씬 어려운 존재다.


다시 돌아와, 난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걸까. 아이를 위해 농촌 유학을 온 걸까 아니면, 아이 핑계를 대고 다시금 나를 살게 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서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자신이 없어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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