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따져보기

by 김모씨



내일이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계부의 새달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번 달, 유난히 지출이 컸다. 용돈으로는 어림도 없어 모아둔 비상금을 털어가며 씀씀이를 감당했다. 금액을 따지기보다는 기분 내키는 대로 카드를 긁었다. 월말이 다가오자 조금씩 압박이 느껴졌다. 가계부에 숫자를 넣을 때마다 자동으로 한숨이 나왔다.


겨울방학 기간, 아이와 해외 캠프를 가기로 했다. 항공권과 여행 경비로 적지 않은 돈이 든다. 쉽지 않은 기회라 생각하고 아이와 함께 덜컥 참가 신청을 했다. 언제부턴가 여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금전적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다.

두 번째 책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원고를 다듬는 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맡아줄 프리랜서를 구해야 한다.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친구에게 일러스트 비용도 치러야 한다. 오늘 아침 인쇄를 맡아줄 업체에 쪽수와 대강 출판하려는 책의 형태로 견적을 받고 예상보다 큰 금액에 탄식이 나왔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해외 캠프와 두 번째 책 출간, 두 가지를 모두 하기에는 돈의 압박이 너무 컸다. 자연스럽게 하나를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양손에 쥔 것 중, 하나를 버리기 위해 각각이 가진 ‘가성비’를 따져보기로 했다.


먼저, 9박 10일 일정의 해외 캠프를 생각해보자. 물론, 아주 좋은 기회이다.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탄 적이 언제이던가. 한겨울에 아이와 여름 휴양지로 떠나 맛있는 걸 먹고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모처럼 쇼핑도 실컷 하고(그러려면 또 돈이 들겠지, 아주 많이) 즐거운 일의 연속이다. 인솔 교사로 함께 떠나는 지인도 나와 함께 떠나는 이번 일정에 기대가 크다. 처음부터 함께 하기로 굳은(?) 약속을 한 터라 혼자만 빠지면 실망이 클 것이다.

그런데 책을 내는 일을 포기하거나, 처음 계획한 것과 다르게 출판해도 괜찮을 만큼 여행의 즐거움이 클까.


독립출판으로 두 번째 책을 내는 일은 가성비를 따지기 힘들다. 그저 본.인.만.족.이기 때문이다. 현지 맛집 방문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찍은 사진 같은 상징적 기념물 같은 건 없다. 아마도 50권쯤 되는 책을 배송받아 방한 구석에 쌓아두고, 책방에 일일이 메일로 입고 문의를 하는 일거리만 더 생길 것이다. 이익은 고사하고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일도 쉽지 않을 테다.

그럼, 그냥 저렴하게 작년처럼 자비출판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 왜 고민을 하는 걸까. 어떤 식으로든 책을 내고, 여행도 다녀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 아닌가.


그렇지 않다. 사실 가성비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사이판은 아들만 보내고 독립출판으로 두 번째 책을 만드는 것, 이게 바로 이미 정해놓은 답이었다.

아들은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해외에서 친구들과 지내보며 조금은 강해질 것이다. 나도 내 돈 들여 출판한 책을 부여잡고 마치 해산한 아이 대하듯 애지중지할 것이다. 몇 권을 팔든, 입고 메일에 답장을 받으면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가성비도 없는 일을 따져보겠다고 애쓰는 건 이제 그만해야겠다. 대신, 기왕 돈 쓰는 거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게 후반 작업에 더욱 매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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