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하고 쓰는 글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최근 두 번의 거절을 당했다. 당연한 결과고 기대하지 않았다 믿었지만, 기대했었나 보다. 낙방을 확인하는 그 짧은 순간 드는 기분이란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언뜻 곁눈질로 결과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샅샅이 공지를 처음부터 읽는다.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쏙 들어가 있는 기적을 바라며, 성급하게 확인하느라 못 본 것이기를 바라며.

그런데 그런 일은 아직 없었다. 아무리 급하게 스크롤을 내려서 찰나의 시간에 결과를 확인해도 합격자 명단에 오른 내 이름을 확인하지 못할 리 없다.

애초에 확률이 낮았다고 거절당하는 일이 괜찮아지는 건 아니다. 착잡한 심정으로 다른 일에 집중해보려 하지만 잘 안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글을 쓸 의욕을 잃는 것도 모자라 그간 써온 글로 책을 엮는 일마저 의미 없게 느껴진다.

거절당하는 일에 익숙해지겠다고, 가능한 많은 거절을 당할 거라고 다짐했지만, 겨우 몇 번의 도전을 한 후(=거절을 당한 후) 알게 된 건, 내가 생각보다 거절에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100번째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는 구직자나, 7년 동안 빠짐없이 힙합 경연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한 도전자의 멘탈이 얼마나 강한 것일까.


누구와도 나누지 못한 낙방의 슬픔을 조용히 삭히다 아까 본 합격자 명단이 떠올랐다. 스크롤을 내리며 그들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느꼈던 것도 같았다. 제목만 봐도 그들의 글은 전문성이 느껴졌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반면, 나의 글은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지 제목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쓰지 말고 한 가지 주제의 글을 모으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뭐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나.

응모된 작품 수가 8천 편이 넘었다는 소식에 이대로 대충 써서도 될 일이 아니다 싶었다. 매일 한 시간 남짓 끄적끄적, 그마저도 미루다 잠들기 전 급하게 마무리 짓기 일쑤다. 글 쓰는 패턴을 바꿔보자 다짐했다.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기로 했고 오늘이 첫 날이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석에 자리를 잡았지만 함께 하는 공간이다 보니 아이도 룸메이트도 나의 움직임을 감지해버렸다. 비장한 각오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노트북 앞에 앉았건만,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그저 한 꼭지의 글을 어렵게 쓰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개선하고 무엇을 보완할까 고민이 깊은 아침이다.


일단, 거절당해 상처 입은 마음을 무엇으로든 보상해주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을 사고 점심엔 특별히 맛있는 걸 먹을 예정이다. 오후에 한 차례 더 쓰는 시간에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연재하는 느낌으로 써봐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낙심해도 책 작업은 포기하지 않겠다.

결코 익숙해지기 어려운 거절도 계속 당할 계획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혹은, 나는 잃을 게 없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많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가다듬어 거절을 당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당당한 것만 내놓고 싶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내일 아침도 7시 30분에 한 편의 글을 마무리 짓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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