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생활 일기(고립)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농촌 생활 일기

(고립)


어제부터 전남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눈이 오면 일단 도로 걱정부터 한다. 더욱이 거주하고 있는 이곳, 야사 마을과 시내를 오가는 길은 가파른 언덕과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눈이 오면 며칠 간은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일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사무실에 앉아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창문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는데 ‘긴급 공지’라는 제목의 문자를 받았다. 폭설로 인해 아이들이 이른 귀가를 하고 내일은 온라인 수업으로 등교를 대체한다는 소식이었다. 학교가 멈추면 일상에 변화가 생기고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마련이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의 차에는 주말까지 먹을 식량이 잔뜩 실려있었다. 짐을 내리고 냉장고에 옮기며 굶을 일은 없겠다,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걸 하며 시간을 보내고 할 일이 없어진 난 뜨끈한 방안에 드러누웠다. 먹을 것도 냉장고 가득하고 읽을 책도, 시간도 많은데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졌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은 소리도 없이 꾸준하게 내리며 마을을 덮고 있었다.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졌다. 이번 달 초 다녀온 후, 계속 이곳에 머물고 있다. 별것 아닌 일상이 그리워졌다. 아이를 재우고 거실로 나와 밤늦게 텔레비전을 보거나 아이와 남편이 집을 비운 날 벼르고 벼르던 배달 음식(그중에서도 오돌뼈와 계란찜!)을 홀로 먹는 즐거움이 떠올랐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대출을 하던 일이, 틈을 내서 다녀오던 단골 서점이 그리웠다. 저녁 준비와 정리를 하며 듣던 라디오 진행자의 음성마저 애틋해졌다. 그렇게 며칠 경험하게 될 고립을 앞두고 향수병이라도 걸린 듯, 읽던 책을 내려놓고 집에 가고 싶다고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급격한 감정 변화를 목격한 일이 많았던 동료도 집에 가고 싶다고 우는 나의 모습에는 당황했다. 겨울방학과 동시에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시흥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에 아연실색한 듯 보였다.


조금 더 울다, 기분이 나아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맥주 한 캔을 따서 텀블러에 담았다. 오돌뼈를 대신할 맛있는 치즈를 몇 조각 담은 작은 통을 손에 쥐고 방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자리 잡고 맥주를 홀짝이며 영화를 한 편을 봤다. 고립되었든, 아니든 홀로 남았을 때 하는 일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창밖으로 끊임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 아마도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는 차나 사람을 보기 힘들 것 같다. 물론, 나도 꼼짝없이 아이들과 이곳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고립되더라도 주변 사람과 소통도 하고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기분 전환을 시도해봐야겠다. 집에 가고 싶다고 창밖을 보며 울고 있는 건 정말인지 너무 처량하니 말이다.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단 카페인을 넣어주러 주방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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