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없어서 힘든 얘기

by 김모씨



방금, 글 한 편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벌써 밤 열 시 반이 다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짜증이 몰려왔다. 오늘 내가 뭘 했기에 이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을까. 책도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소설은커녕 한 꼭지의 글 쓸 시간도 없이 무엇을 하느라 하루가 다 가버렸을까.

한 시간 일찍 일어나 글을 쓰려던 다짐은 정확히 사흘 만에 무너졌다. 오늘도 눈을 떠보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일어나야 할, 바로 그 시간이었다. 씻고 방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아홉 시, 출근 시간이 되었다. 빵과 커피를 후다닥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전에는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다 갔다. 점심을 먹으러 읍내에 나갔다. 맛있는 걸 먹고 책도 빌리고, 부재중 받지 못한 등기도 찾고 집으로 돌아오니 세 시간이 후딱 지난 후였다. 숙소에 돌아와 빨래 정리를 마치고 방에 누웠다. 이십 분 정도 쉬었는데 아이들이 돌아왔다. 그대로 쉬어도 되지만 일어나서 움직였다. 누군가는 일하고 있는데 같은 공간에서 책보고 글 쓴다고 폼 잡고 앉아있기도 민망하고, 잘 읽히지도 써지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주방에 내려와 별 도움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사 준비와 정리를 마치고 한숨 쉬러 방에 왔다. 아이의 독서 시간에 맞추어 나도 책을 몇 자 읽었다.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었다. 아, 돌아보니 그때 글을 써야 했나 보다. 책을 좀 더 읽으며 좀 누워있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한 내 탓이오.

아이들 간식을 먹는데 참견을 하러 내려간 것도 내 탓이다. 그때라도 조용한 공간을 찾아서 글쓰기를 시도했으면 좋았을걸. 아이들 먹는 것 보고 치우고 웃고 떠드느라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렇게 씻고 글 좀 써볼까 자리에 앉은 시간이 밤 열 시 반이었다. 열심히 즐겁게 하루를 산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던 걸까.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부쩍 힘든 요즘이다. 웬만한 의지로는 둘 다 확보하기 힘들다. 잠을 줄이고, 외출을 줄이고 읽고 쓰는 시간을 늘리면 되는 걸까. 그러기엔 잠도, 콧바람 쐬는 일도 너무나 소중하다. 혼자만의 근무 시간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내 맘대로 쓰는 일도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이들이 생활하며 드나드는 공간에서 혼자 책 부여잡는다고 집중이 될 리도 없고, 나 대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요즘,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살던 도시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은 적도 여러 번이다. 살림을 내팽개치고 종일 책 속으로 도피하던 일상이, 의지만 있다면 글 쓸 시간이 넉넉하던 그때가 그립다. 벌써 열한 시가 넘었다. 내일을 위해서 잠을 청해야 한다. 내일은 숙소와 화장실 청소를 해야한다. 집에 올라갈 짐도 싸야한다.


노동을 해서 즐겁다고, 몸을 써서 잠이 잘 온다고 말한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읽고 쓸 여유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요즘의 나를 보면, 정말인지 중간이란 없는 것 같다. 이럴 땐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어진다.

모두가 열심인 이곳, 공동체 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곳에서 나는 격하게 혼자가 되고 싶다. 입 여는 일 없이 묵언수행을 하던 예전의 삶이 그립다. 그런 삶으로 돌아가면 공동체 속에서 작더라도 무언가 역할이 있던 지금의 생활을 그리워하겠지.

시간이 해결해줄까. 어찌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그리고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내일을 위해 일단 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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