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글

by 김모씨



새해 첫 글쓰기라 그런지 더욱 쓸 게 없다. 비장하지 말자고, 새삼스러울 것 없다고 아무리 외쳐본들 소용없다. 평소라면 한창 자고 있을 이른 시간에 글을 쓰고 있는 것부터 매우 비장하고 새삼스럽다.

2023년의 첫 글쓰기에 새해 계획이라니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딱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감이 없다. 계획을 세우는 건 쉽고도 즐거운 일이다. 굳이 어려운 길 대신, 일단 쓰는 데 의미를 두기로 하고 올해 목표이자 계획을 세워보련다.


1. 버티기

임금 노동을 시작한 지 3개월 차에 고비가 왔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유는 언제나 그랬듯 ‘편하고 싶어서’였다. 자립하고 싶다고 입에 달고 살았으면서 또다시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편하게 지내고 싶은 선택지가 떠오른 것이다. 일하고 받은 소중한 나의 임금이 자유를 저당 잡히고 받은 대가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다 그만두고 다시 나에게 빨대 꽂고 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싫은 소리 듣는 대신, 원하는 만큼 누워있기 위해 흡혈귀(혹은 모기)가 되고 싶진 않다.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남편 말대로 빨대 꽂고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일자리에서 버티리라 마음 먹었다.


2. 글 많이 쓰기

정말인지, 난 너무 적게 쓴다. 작가를 지망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절대적으로 쓰는 시간과 양이 부족하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쓰고, 오전 근무를 마치고 쓰고, 저녁 먹고 사무실로 직행해서 한두 시간 더 쓸 거다.


3. 유쾌하게 살기

지난 주말 간만에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몰아보았다. 드라마 속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중에서도 주인공의 엄마 배역이 특히 인상 깊었다. 세탁소를 경영하며 두 딸을 키우는 엄마는 매사에 정말인지 유쾌했다. 나도 저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에서 딸(천우희)도 엄마만큼 유쾌하고 귀여운 캐릭터이다. 엄마의 양육 태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아들도 심각한 사람보다는 유쾌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2023년은 좀 유쾌하게 살고 싶다. 당분간 남은 에피소드를 보며 좋아하는 캐릭터의 유쾌함을 즐기고 싶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유쾌해진다.


떠오르는 새해 목표이자 계획은 여기까지다. 운동, 다이어트, 영어 공부, 독서, 소비, 인간관계 등 목록을 만들자면 열 개도 채울 수 있지만 이미 십수 년째 같은 내용이라 뼛속 깊이 각인되어있다. 간단히 적자면 접영까지 배우며 몸무게를 유지하고 원서 꾸준히 읽기, 좋은 책 많이 읽으며 절약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살기, 정도가 될 것이다.


일단, 글쓰기로 새해 첫 월요일을 시작하다니, 출발이 좋구나!

작가의 이전글시간이 너무 없어서 힘든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