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할 책 찾기

by 김모씨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았건만 글감이 없을 땐 으레 온라인 서점을 방문한다. 메인 페이지에 소개된 책들을 대강 둘러보고 웹진에 소개된 기사를 읽다가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마치 싸이월드에서 파도를 타듯 일종의 아이 쇼핑을 하곤 한다. 그러다 글감이 떠오르면 다행이고.


매일 글을 써서 오픈 채팅방에 올리는 모임에 이번 주부터 참여하고 있다. 요일별로 정해진 주제 아래에서 일관된 글을 써보려고 시도 중이다. 수요일엔 ‘필사’로 글쓰기 숙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필사는 처음이라 어떤 책으로 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토지>이다.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다면 토지 전 권을 필사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구례의 박경리 문학관을 다녀와 2독을 해보겠다고 집에서 가져온 1권이 마침 떠올랐다. 20권을 모두 필사하고 기적처럼 소설가가 되어있을 나의 모습을 그려보다 마음을 접었다. 훌륭하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20권을 손으로 필사할 생각을 해보니 까마득해졌다.

새벽에 잠이 깨버려 한참을 누운 채 필사할 만한 책들을 떠올려 보았다. 박완서 작가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과 ‘셰프의 집’)이 떠올랐다. 모두 집에 두고 온 책이라 필사를 하려면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와야 하는 게 문제였다. 이틀 연속 오후에 일이 있어 읍내에 다녀온 터라, 오늘은 좀 쉬고 싶었다. 이곳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렇게 잠을 설치고 글을 쓰려고 겨우 일어났다.


잠에서 벗어나 글쓰기 모드로 변하기 위해 오늘도 찾은 온라인 서점에서도 필사할 만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책들을 검색해보다 불현듯 책 한 권이 생각났다. 작년에 화순에서 이사 오면서 읽으려고 책을 챙겼던 기억과 벚꽃이 한창이던 계절에 그 책을 읽으면서 좋아서 울고 웃었던 장면과 함께 책장 첫째 줄 맨 오른 칸에 꽂혀 있는 예쁜 책의 표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가 이 작가를 잊고 있었다니, 생각난 김에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몇 권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오전 일과가 끝나면 집에 다녀올 예정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장에서 분홍색 표지의 책을 꺼내와 오후엔 태어나 처음으로 필사를 할 거다. 두 달간 매주 수요일 윤성희 작가의 글을 노트에 옮겨적을 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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