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유학 일기

by 김모씨

야식 없는 생활


어젯밤 보던 드라마에서는 심심치 않게 먹는 장면이 나왔다. 삼겹살과 미나리를 곁들여 소주를 마시거나 맥주와 함께 생선회, 김, 해삼 내장을 삼합으로 맛있게 먹는 장면도 있었다. 딱 한 편 봤는데 그 외에도 짜장면, 탕수육, 핫도그 등 맛있는 음식이 골고루 나왔다.


집에서라면 맥주와 생라면이라도 뿌셔 먹었을 텐데 나는 서울에서 유학 온 아이들이 기숙사로 쓰고 있는 건물의 2층 끝방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일단, 건물 안에 맥주가 없고 밤늦은 시간 주변에 맥주를 살만한 편의점도 없어 캔맥주는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1층 주방에는 각종 라면과 과일, 과자, 레토르트 식품 등 꽤 많은 간식거리가 있었지만 너무 멀게 느껴졌다. 보던 드라마를 멈추고 복도가 추우니 겉옷을 걸치고 2층 복도 끝에서 계단까지, 다시 주방까지 걸어야 할 일이 너무나 귀찮아 망설이다 보니 야식의 유혹은 저절로 사라졌다.




가끔 고된 하루를 보낸 날은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유학 전에 살던 집에서는 김치 냉장고 서랍에 맥주를 가득 채워두고 살았다. 매일 마실 수 있고, 마시고 싶지만 살찔 걱정에 참고 참다 일주일에 한두 번 맥주 캔을 땄다. 저녁 메뉴와 함께 반주로 즐길 때도 있었고 작정하고 음식을 배달해 곁들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틀어 두고 앞접시와 젓가락을 상 위에 펼쳐둔 채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도착 시간을 확인하며 다른 이들이 쓴 사진이 실린 리뷰를 읽다 초인종이 울리면 냉큼 음식을 받아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왔다. 먹기 전엔 수없이 고민해도 결정한 이상 갈등이나 걱정 없이 온전히 음식을 즐겼다.




작년 3월 유학을 오고 며칠이 지났을 때부터 야식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전에는 가정집에 살았는데 5월이 돼서야 집안의 냉기가 사라졌다. 한 번 난방 텐트 안에 들어가면 아침까지 나오는 일이 없었다.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볼 일이 없던 다리 많은 벌레를 한밤중 마주치는 일도 두려워 야식을 먹지 못했다.


난방 텐트 안에서 코끝이 차가워진 어느 날 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열어보았더니 다양한 음식점 소개와 이벤트 안내 대신 ‘배달 불가 지역’이란 여섯 글자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십 킬로그램이 넘는 체중 감량에는 안 먹겠다는 의지와 함께 야식을 먹기 힘든 환경도 한몫한 것 같다.




오늘은 아이가 학교에서 종업식을 하고 일찍 귀가하는 날이다. 오랜만에 볼일도 볼 겸, 아이와 읍내에 나가기로 했다. 아이에게 일정을 말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내일 엄마랑 읍내 가서 뭐 먹을지 고민해봐.”




잠시 고민하던 아이는 프라이드, 양념, 간장 치킨 뭐든 상관없으니 치킨을 먹자고 대답했다. 읍에 나가면 오후 한두 시인데 문을 연 치킨집이 있겠냐며 다른 메뉴를 고민해보라 말하고 읍내에 치킨집 영업시간을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정오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곳이 있었다.


야호. 오늘은 야식 대신 늦은 점심으로 맛있는 치킨을 먹을 수 있다. 운전 때문에 맥주 대신 콜라를 마시는 게 무척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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