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만한 과학책

by 김모씨


과학책을 읽는 행위는 멋짐 그 자체이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믿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

처음 과학책을 접하고 이건 안 되는 일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있다. 같은 이유로 몇 번인가 더 포기하다 일정한 돈을 내고 한 달 동안 과학책을 읽는 온라인 모임을 통해 처음으로 완독에 성공했다. 정해진 분량을 읽고 인상 깊은 구절과 읽고 난 소감이나 느낌을 단체 채팅방에 매일 남겨 인증해야 하는데 느낌을 짜내느라 꽤나 고생을 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글자만 읽었기 때문이다. 그 책은 뭐 웬만한 대한민국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만한 아주 대중적인 과학책이다.


이해하고 싶어서 그 책을 두 번 더 읽었다. 한 번은 혼자 읽고, 한 번은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읽었다. 작년 도서관 수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지인들과 이 책을 한 번 더 읽었다. 같은 책을 네 번 읽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책에 대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떠들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수업 내내 나는 입을 다문 채였고 강사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도 할 수 없었다.


요즘은 역시 잘 알려진 과학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하루에 한 챕터씩 잠자리에서 읽고 있다.

이것이 작가의 힘인가.(그전 과학책의 저자가 힘이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단지 빌 브라이슨의 유머를 내가 환장하게 좋아할 뿐) 책이 재밌다. 책에 소개된 개념을 이해해서 재밌는 게 아니라 그냥 책 자체가 재미있다. 게다가 챕터의 분량이 짧다.

잘 준비를 마치고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는 기쁨과 함께 하루 분량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는다. 책을 덮음과 동시에 독서 등의 불을 끄고 스르르 잠에 빠지는 순간이 참 좋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다가 잠자리에서 과학책을 만날 것이다. 읽을 만한 과학책과 따뜻한 이불속이라니, 훌륭한 조화다. 앞으로 잠자리에서는 주욱 과학책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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