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방학, 화순에 이사 오고 처음 꽤 오랜 시간 시흥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이번 주 금요일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방학 돌봄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면 3월 개학까지 학교와 마을 학교가 문을 닫는다.
여름 방학 때는 집에 올라가지 않고 화순에서 지냈다. 홀로 내린 결정이었고 아이가 두고두고 불만이 많았다. 겨울엔 집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겠다는 아이의 굳건한 의지와 함께 겨울 추위와 난방비의 부담 등으로 자연스럽게 돌봄이 종료됨과 함께 시흥으로 올라가기로 정해졌다.
아이와 함께라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여유나 사람들과의 만남, 배달 음식 주문 등 시흥에서 보낼 시간이 나 역시 기대가 된다.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책을 뒤적이다 단지 내에 있는 떡볶이와 커피 전문점을 들러 집에 돌아와 먹고 마시고 다시 눕는 생활, 1인 2 음료 주문이 이상하지 않은 지인들과의 수다 모임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집에 돌아왔다!”라고 외치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남긴 했지만.
첫 번째 고비는 이삿짐 정리이다. 이번 주 화순집에서 짐을 빼야 한다. 일 년의 농촌유학을 계획하고 화순에 이사 오면서 책장과 거북이 사육장 등 가져온 짐이 상당한 데다 지난 일 년, 차곡차곡 참 부지런하게도 짐을 늘려왔다.
이사를 계획한 건 벌써 몇 개월 전이다. 천천히 종이 상자 하나씩 채우리라 다짐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삿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난리를 치를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서 까마득해진다.
아직 나흘이 남았다. 오늘부터라도 버릴 건 버리고 짐 정리를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과연?
이삿짐 정리 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커다란 산은 바로 설날 연휴이다. 짐을 싣고 시흥에 가기 전 명절을 쇠러 청양에 들러야 한다. 두 밤을 자고 설날 당일은 인천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나는 명절을 별로 안 좋아한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두 개의 큰 산을 넘고 나서 아마도 다음 주 월, 화요일이나 되어서야 진정한 방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짐을 풀 일을 계산에 넣지 않았구나. 한 달에 한두 번 시흥에 올라갈 때마다 거실과 주방에서 방과 화장실까지 집은 점점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데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할 것이다.
아. 눈 감았다 딱 뜨면 다음 주 수요일 오전, 남편 출근 후 아이와 침대에서 뒹구는 침대 속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