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쓰는 일기

농촌 유학일기

by 김모씨


집에 돌아왔다. 어제 오랜만에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봤다. 농촌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특히 유학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나서부터는 매끼 무얼 먹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드느라 종종대는 일에서 놓여날 수 있었다. 누군가 정한 식단과 메뉴를 그저 받아먹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마트를 둘러보며 부쩍 오른 물가에 놀랐다. 채소나 과일은 말할 것도 없고, 유제품, 육류, 공산품 할 것 없이 모두 예상보다 가격이 높았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농촌 유학의 장점이다. 식비 절감. 한편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매끼 다른 메뉴를 준비하는 노고가 떠올라 잠시 멈칫했다 다시 물건을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또다시 돈 이야기이다. 이번엔 난방비다.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관리비 폭탄을 맞았다는 글이 몇 개 보였다. 때마침 포털 사이트의 메인화면에도 관련 기사가 눈에 뜨였다. 워낙 집을 비워두고 살았던 터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고지서를 확인해보니 동일평수 평균보다 에너지를 훨씬 덜 쓰는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관리비는 예년보다 큰 금액이 청구되었다. 얼른 실내 설정 온도를 낮추고 겉옷을 걸쳐 입었다. 아니, 사는 게 왜 이렇게 팍팍해진 걸까.

숙소 생활을 하기 전, 월세로 한옥을 얻어 아이와 생활했다. 멋들어진 기와에 툇마루, 마당에 텃밭까지. 날 좋은 날 사진에 찍어 SNS에 올리면 꽤 좋은 반응이 있었다. 시골 풍경에 더해진 한적한 한옥이 좋아 보였나 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옥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난방에 취약하다는 거다.

귀촌을 한 젊은 사람이나 외부인보다는 고향을 지키는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한옥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마을이었다. 대부분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올해 기름값이 많이 올랐다. 어르신들이 난방비가 겁나서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만 켜두고 이불 밖을 벗어나기 힘든 생활을 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웃풍 때문에 코만 빨개진 채로 말이다.

TV에서는 체감기온이 영하 25도를 넘나든다는 한파 예보가 이어지고 있었다. 부쩍 오른 물가와 함께 서민들은 난방비 걱정도 만만치 않은 요즘이다.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와 즐거움 뒤에 유학 생활을 하며 잊고 살던 걱정들을 하나둘 다시 시작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 창밖을 보니 밤새 내린 눈이 도로에 쌓여있다. 오늘 방문하기로 한 친정 부모님이 걱정이다. 다음에 오시라고 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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