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픈 이야기 하나
공식적으로 우리 집은 외벌이 가정이고 월급 관리는 내가 한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내용을 엑셀 파일에 꼼꼼히 적는 편이다. 돈을 불리는 것보다는 소위 말하는 빵꾸가 안 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2023년 첫 월급을 엑셀 한 칸에 넣는 것으로 재정 관리를 시작했다. 월급날이 며칠 지나고 남편이 이번 달 급여액이 조금 변하지 않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연봉 인상률이 반영되었다는 거다.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지난달과 이번 달 급여를 입력한 엑셀 파일의 입력 칸을 꽤 오래, 유심히 살펴보고서야 숫자 사이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챘다. 연봉 인상률은 1%였다.
어쩜, 굳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올해가 다 가도록 모르고 살았을 거다. 와. 물가는 그렇게 오르는데 1%라니. 양심 없는 회사 같으니라구!
# 웃픈 이야기 둘
작년 친정아버지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여 소일거리를 하시며 약간의 돈을 버셨다. 아버지는 그 돈으로 손주들 용돈도 주시고 가끔 본인을 위해 쇼핑도 즐겼다. 소득이 생기는 것과 더불어 매일 출근 겸 집을 나서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으로 운동을 하는 습관도 유지 할 수 있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셨다.
뉴스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규모와 예산을 줄인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떠올랐다. 우려가 현실로 벌어져 일자리 사업에 탈락하신 아버지는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담당 공무원은 ‘탈락’이라는 말 대신 ‘대기자’에 속했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대기자의 수는 300명이 넘었다. 설 연휴에 아버지에게서 그 소식을 듣고 한바탕 000 욕을 했다.
어제 친정 부모님이 손주를 보러 우리 집에 오셨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내용은 이랬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그 기회는 (분명히 노인일) 어떤 참여자의 다리 골절 때문이라는 거였다.
아버지와 나는 구청 담당자의 무심함을 성토한 후, 애초에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줄인(거라 추정되는) 누군가를 한마음으로 씹었다.
#웃픈 이야기 셋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자녀를 두고 다양한 직업에 종사 중인 우리들은 어느 정도 일과가 마무리된 저녁 여덟 시, 24시간 영업하는 무인카페에서 만났다. 무인카페라는 신문물에 열띤 반응을 보이며 화기애애하게 모임을 시작했다.
간단하게 근황 토크와 몇 개의 공통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려는데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남편의 퇴근이 늦어져 지인의 열 살짜리 아이가 홀로 집에 있는 상황이라 우리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승강기에 올라타며 누군가 말했다. “나는 오늘 몇 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그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네 시간은 정말인지 너무나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