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가 본 영화
지난 주말 문화생활
1. 드라마 몰아보기
참으로 오랜만에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화제작 <더글로리>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궁금한 마음에 보기 시작해 8편을 몰아서 보았다. 이런 게 (여러가지 의미에서) 위대한 작가의 필력인가 싶게 몰입도가 상당했다.
특별히 마음이 기우는 두 캐릭터가 있었으니, 염혜란 배우와 임지연 배우가 맡은 배역이었다. 염혜란 배우는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해주어 ‘학교 폭력으로 영혼이 부서진 피해자의 복수극’이라는 스토리에서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임지연 배우는 학교 폭력의 주동자로 악역 중의 악역인 ‘박연진’역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일관성있게 이중적이고 못되처먹은 그녀의 연기와 함께 그녀가 걸친 옷과 가방, 신발이나 악세사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박연진은 끝장나게 못되고, 역시 끝장나게 예뻤다. 왜 사람들이 이 캐릭터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박연진이 회개나 반성 없이 스타일 좋은 악역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정주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니 드라마 못지않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무려 민사고에, 서울대에 국가수사본부장이라니. 스타일 좋은 악역으로 남아주길 바란다는 말은 취소다. 나쁜 짓에 합당한 벌을 받는 동화 같은 일이 부디 현실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2. 애프터 썬
무조건 신뢰하는 영화 평론가가 있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추천한다. 그가 추천한 영화를 포스터만 확인한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챙겨보려고 한다. 방송 내용을 듣지 않고 포스터만 확인하는 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느끼고 싶어서다.
그렇게 <애프터 썬>을 보게 되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퀸의 ‘Under pressure’라는 노래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부터 감정이 북받치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오르는 동안, 상영관을 벗어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엉엉 울고 싶을 정도로 감정이 차올랐다.
부모를 이해하는 것에 대해 꽤 고민한 편이다. 몇몇 단서를 가지고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왜 그랬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 결코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없는데다, 때로는 상처를 후벼파는 일.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부모를 이해하는 건 이런 지난한 작업이다.
나의 부모를 이해하는 어려움만 알고 살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내 아이가 나를 이해하는 건 과연 어떤 과제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부모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영영 이루기 힘든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이 내 자녀도 평생 부모인 나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해가 불가능해도 부모가 자식을 어떤 식으로든 사랑했다는 것만은 반박하기 어려운 진실일 것이다. 결국은 사랑만 남는건가. 그게 위안이 되면서도 한편 씁쓸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