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만난 건,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궁금한 마음이 들어 구입해 본 <시스터 캐리>는 재밌었다!
시골에서 상경한 촌뜨기 캐리는 결국 브로드웨이에서 배우로 성공을 하며 돈과 명예를 거머쥐지만,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화려한 호텔방에서 캐리는 공허함을 느낀다. 그녀가 욕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욕망이라는 것은 채워지는 게 가능한 걸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각.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걸까.
어렴풋이 '존재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고 싶다. 혼자서는 채워지지 않는 요구, 즉 남이 인정을 해줘야 채워지는 욕망이다. 어쩌면 특별하게 여겨지고 싶어서 책을 읽고, 무언가를 배우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건 아닌가싶다.
얼마전 채널을 돌리다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미국의 한 농가에서 사는 가족이야기였는데, 남편은 나무를 깎아 숟가락을 만들고, 아내는 뜨게질을 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보기 시작한 시점은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나무깎기(?)를 취미로 결국 농장을 자기 손으로 짓고 샐러드 채소를 키워 직접 배송을 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부부와 아들이 소박하지만 건강한 식사를 하는 장면이 갈무리되며 프로그램이 끝났다.
멍하니 남자가 조각칼로 나무토막을 숟가락으로 변신시키는 장면을 보면서 든 생각, '저 사람은 인스타에 저거 안올리겠지?'
나도 가끔 인스타에 사진을 올린다. 주로 읽은 책이나 나들이를 다녀와서 찍은 사진을 남긴다. 개인 기록용이라지만, 모든 사진의 공통점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를 전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가서 나서는 것, 주목받는 것은 그렇게 싫어하면서 또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외롭다' 또는 '공허하다'라는 말 뒤에는 타인으로부터 받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이 부족하다는 마음이 숨겨져있다.
오늘도 존재감을 확인 받지 못한 나는 외롭고 공허하다(고 느낀다).
책으로 돌아와서. 희극배우로 어느 정도 성공한 캐리는 정극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이미 친숙해진 '성공의 맛'에 취해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캐리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아챌 뻔하다 놓친다.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아채는 것.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 역시 정확히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지 못하고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후반에는 캐리가 <고리오 영감>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인터넷 서점에 가서 서둘러 결제를 마쳤다. <고리오 영감>을 읽고 싶은 마음. 이건 진짜 순수한 호기심이요, 지적 욕망이다.
영아(캐리)야, 너 외로워? 공허해?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한 번 오.래.도.록. 생각해봐. 바쁘다는 핑계는 그만대고.